김기동의 뚝심…10명이 뛰어도 포항의 축구를 한다

입력 2020-08-0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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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감독 김기동. 사진제공|K리그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기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1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2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후반 초반 선제골을 넣었지만 이후 전북의 대대적인 공세에 휘말리며 역전패했다. 올 시즌 첫 번째 원정 패배로, 앞선 6차례 원정에선 5승1무를 챙겼다.

실력보다는 운이 따라주지 않은 90분이었다. 전반 중반까지 흐름은 포항이 주도했다. 볼 점유율은 높지 않았으나 효율적인 공격으로 홈 팀을 괴롭혔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2선 공격수인 팔라시오스가 전반 30분 전북 중앙수비수 최보경의 턱을 스터드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열세에 내몰리면서 포항 벤치가 분주해졌다. 하프타임을 2분여 앞두고 다용도 수비수 전민광을 투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순간들은 후반전에 일어났다.

젊은 공격수 송민규가 후반 9분 첫 골을 터트려 리드를 잡은 포항은 전북 모 바로우의 크로스를 손준호가 헤딩골로 연결해 스코어 1-1이 된 8분 뒤인 후반 23분 2번째 교체카드를 썼다. 송민규 대신 필드를 밟은 건 공격수 심동운이었다. 김보경의 시즌 첫 득점(후반 24분)으로 전북이 2-1로 앞선 후반 38분에는 공격 전개가 뛰어난 팔로세비치까지 투입했다.

대개 퇴장자가 나오면 뒷문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법인데 포항은 그렇지 않았다.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포항에서 뛴 ‘레전드’ 김기동 감독은 “질 때 지더라도 당당히 지자”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어떠한 상대를 만나든 물러서는 법이 없다. 강호와 마주했을 때도 라이벌과 맞설 때도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전진 앞으로’를 주문해 선수들이 전방을 주시하도록 했고 공격 본능을 깨웠다. 실제로 선두 울산 현대(34득점) 다음으로 강한 화력을 뽐내는 팀이 포항(27골)이다. 최근 FC서울과 FA컵 원정 8강전에선 3-1로 앞선 후반 막바지 2골을 추가해 5-1 대승을 완성한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탄탄한 팀 조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개개인의 능력을 팀워크로 극복한다. 대량 실점을 해도 고유의 컬러만큼은 유지하도록 했다. “우리가 많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철저한 스스로의 준비, 상대에 대한 맞춤 대응에 많은 공을 들였다. 즐겁게 축구를 하는 선수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 감독의 축구는 진화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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