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키포트 마을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과거 항공기 공장 터에 무분별하게 묻힌 산업 폐기물과 부실 매립지의 발암물질 유출이 지목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뉴저지 키포트 마을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과거 항공기 공장 터에 무분별하게 묻힌 산업 폐기물과 부실 매립지의 발암물질 유출이 지목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뉴저지주의 한 마을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암 발병률이 보고되면서 인근 폐기물 매립지의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의 공식 조사가 미진한 가운데 주민들이 직접 ‘암 지도’를 제작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 한 골목 28가구서 환자 발생… “암 클러스터 가능성 커”

20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키포트의 전 거주자인 러스티 모리스(46)는 최근 자신의 고향 동네 암 환자 실태를 기록한 지도를 공개했다. 모리스가 거주했던 ‘퍼스트 스트리트’의 한 거리에서만 28가구에서 암 환자가 발생했고, 마을 전체로는 41명이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리스는 “이웃들의 암 진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지도에 빨간색 X표를 기록했는데, 그 수가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뉴저지 대학 공공보건학과 알렉시스 므라즈 교수는 “암 환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집단 발병(암 클러스터)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규제 없이 매립된 산업 폐기물…발암물질 유출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지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마을 인근의 에어로마린 매립지를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과거 항공기 제조 거점이었던 이 부지는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매립지로 활용됐다.

당시 별다른 환경 규제 없이 산업 폐기물과 유해 화학 물질이 무분별하게 매립됐고, 적절한 밀봉 조치 없이 방치돼 수십 년간 주변 토양과 지하수로 발암물질을 유출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환경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서는 벤젠, 납, 비소, 염화비닐, 폴리염화비페닐(PCB) 등 인체에 치명적인 5대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키포트 자치구는 이미 지난 2021년 매립지 소유주를 상대로 적절한 폐쇄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뉴저지주 환경보호부(DEP)는 최근 성명을 통해 “공공 보건 보호를 위해 해당 매립지의 적절한 봉인을 보장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보건 평가 및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