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태리 “조성희 감독, 수줍은 고집쟁이 천재”

입력 2021-02-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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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장선장, 조성희 감독 공이 컸죠”
김태리 “조성희=수줍은 고집쟁이 천재”
김태리 “연기, 너무 행복해요”
"캐스팅해주신 감독님들, 사는 동안 많은 작품 하셨으면 좋겠어요. 외국 작품 말고 한국 작품으로요"

'승리호' 김태리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동아닷컴과 만났다. 동그란 안경에 수수한 차림새를 하고 취재진 앞에 등장한 김태리는 털털함 그 자체였다.



김태리는 이달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에서 장선장을 맡아 연기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우주 해적단 출신 선장 장선장은 승리호 선원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올백 머리와 보잉 선글라스. 장선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김태리는 밝고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거칠고 결단력 있는 장선장을 완벽히 소화해 호평받았다. 기존의 우락부락한 전형적인 이미지의 선장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태리는 이러한 호평의 공을 조성희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님께 '왜 나를 캐스팅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장선장이 좋았지만 내 얼굴과 매치되진 않았거든요. 감독님께서 '전형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남자 선원을 이끄는 우주선 선장이라고 하면 우락부락하고 에일리언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하죠. 감독님께서는 저 같이 여리여리하고 힘이 없을 거 같은 사람이 조종석에 앉았을 때 그런 인물보다 큰 효과가 날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설득돼서 연기를 하게됐죠"

김태리는 '승리호'를 통해 조성희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다. 김태리는 조성희 감독을 "수줍은 고집쟁이 천재"라고 극찬했다.



"조성희 감독님은 그림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이 놀라워요. 첫 미팅 때도 노트를 가져와서 장선장 그림을 그려주셨죠. 선글라스도요. 그림으로 생각을 하시니 독특한 영상이 나오는 거 같아요. 전 감독님과 첫 작품이라 마음을 안 터놓은 수줍음이 있어요. 하지만 고집쟁이 감독님과 '승리호' 이야기를 많이 했죠. '승리호'를 10년 넘게 준비한 만큼 감독님 머릿 속에 그림이 많이 있었어요.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합리적인 그림이죠. 감독님은 정말 예술가 같아요"


극중 UTS 설리반 역을 맡은 미국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면 김태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 김태리가 가진 집중력에 감탄했다고. 김태리는 리처드의 인터뷰를 봤는지 묻자 "아뇨?"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너무 깜짝 놀랐어요. 리처드는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는 배우에요.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시고 순간의 집중력이 좋은 배우죠. 이미 집중력을 가지신 배우인데 저로 태어나고 싶다니 감사합니다"

김태리는 사랑받는 배우다. 이응복 감독, 김은숙 작가, 장준환 감독 등 거장 감독, 작가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배우기도 하다. 김태리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묻자 "전혀 모르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함께 했던 감독님들과 다시 만나면 여한이 없을 거 같아요. 큰 작품에 들어간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연기의 원동력이 되지는 않아요. 한치의 도움도 안 되죠. 스트레스를 받느니 인물이 어떻게 살아 숨 쉴지를 고민하는 게 났다고 '승리호'를 통해 깨달았어요"

수많은 유명 감독과 호흡을 맞춘 김태리는 개성 있는 필모그래피로도 유명하다. 영화 '아가씨' '1987' '리틀포레스트'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 다양한 인물들로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김태리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주체적인 인물'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는 게 제일 중요하죠. 그 속에 인물이 어떻게 살아있는지,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지 등을 보죠.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선택해요"

최근 김태리는 SNS 계정을 열었다. 첫 게시물로는 수수한 차림의 청순한 셀카를 올렸고, 꾸밈없는 사진들로 팬들과 소통 중이다. 데뷔 6년 차에 SNS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간곡히 SNS 개설 요청을 오랜 시간 해왔어요. 회사와 함께 잘 살자는 마음으로 열게 됐죠.(웃음) 대신 사진은 함께 고르고 있어요. 제 사진 폴더와 매니저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 중에서 골라 하나씩 올리고 있어요"


과거 김태리는 "아나운서를 꿈꾼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를 선택하게된 이유는 행복해서라고 한다. 그만큼 김태리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깊은 배우였다.

"발음이 좋아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쉽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막상 전공 수업을 들으니 마음에서 멀어졌죠. 이미 마음이 뜬 상태에서 연극을 만났어요. 모든 과정이 좋았죠. 무대를 만들고 배우들과 연습하고, 밥을 먹고 술 마시다 밤 새고 싸우기도 했죠. 막상 무대에 올라가 조명을 받고, 관객을 만나 박수를 받으니 모든 과정이 꿈 같고 행복했어요. 잘 질려하는 성격의 내가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싶었죠. 배우로서 어려움도 많고 고민도 많지만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에요. 배우가 돼서 너무 좋아요"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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