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곽동연 “‘빈센조’=터닝포인트, 나만의 멜로하고파”

입력 2021-06-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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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배우는 어떤 자리에서 빛나기 마련이다. 캐릭터 선악을 구분하지 않아도 작품 속에 녹아들어 이따금 발현되는 매력은 시청자를 흐뭇하게 한다. 꼭 팬이 아니더라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줄 때 그 배우를 지켜보게 된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 연출 김희원)에서 장한서 캐릭터를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받은 곽동연이 그렇다.


극 중 장한서는 결핍이 존재하는 인물이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이복형 장한석(장준우와 동일 인물·옥택연 분)에 대한 두려움은 장한서라는 인물이 나약하고 악인이 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런 결핍을 채워주는 인물인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분·약칭 빈센조)다. 이복형 장한석에게 느끼지 못한 형제애를 빈센조에게 느낀다. 혈육보다 자신을 위하고 아끼고 다그치는 빈센조 모습에 개과천선한다. 그리고 이런 장한서 모습은 곽동연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찾아가며 시청자 눈에 들어오는 계기가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한서와 빈센조 간의 ‘동생애 코드’를 언급하기도 한다. 혹여 장한서가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다.

“동성애요?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아닙니다. (웃음) 장한서에게는 빈센조는 ‘이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에서 출발한 동경입니다. 이복형 장한석에서 느끼지 못하는 형에 대한 감정을 빈센조에게 느낀 거죠. 자신에게 필요했던 형의 모습, 원했던 형을 빈센조에서 찾은 것입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따끔하게 혼내주고 어려움에 처하면서 멋있게 막아주는 그런 형을. 그런 의미에서 빈센조는 장한서에게 우상이죠. 그리고 가지고 싶은 형이 아니었을까 해요. 기대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이죠. 빈센조 같은 형이 실제로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멋있고 잘생기고 돈도 많지 않나요. 하하하. 그런데 실제 제 주변에는 빈센조 같은 형보다는 빈 구석이 있는 형들만 있어요. 빈센조 같은 형은 없어 아쉬워요. (웃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작품 안에서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 남성 캐릭터 간의 차진 연기 호흡)로 빛났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 곽동연은 송중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송중기 형과 첫 만남은 전체 대본리딩이었고, 첫 촬영은 헬스장 장면이에요. 처음에는 어렵고 조심스러워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송)중기 형이 먼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 봐’라고 했어요. 덕분에 첫 촬영부터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촬영에도 항상 저에 대한 배려가 많았어요.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요. 덕분에 막걸리를 함께 나누는 장면, 아이스하키 관련 장면도 예쁘게 나왔어요. 제가 장난치고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현실 빈센조세요.”



‘기승전빈센조’다. 곽동연에게 ‘빈센조’라는 작품 이상이다. “모든 배우, 스태프가 ‘빈센조’라는 작품을 사랑해요. ‘이 정도면 쓸만한데?’라고 할 수 있을 장면이 나와도 ‘한번 더 가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감독님부터 스태프, 배우진까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현장을 만났어요. 제게 ‘빈센조’는 의미가 정말 커요.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김희원이라는 감독님을 만났고, 좋은 선배들에게 많은 점을 배웠어요. ‘빈센조’ 전과 후로 제 연기 인생이 나뉜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제 연기 인생 전환점이 된 셈이죠. 그만큼 기억에 남고 각별해요.”



사실 ‘빈센조’는 허구에 가깝다. 현실을 반영한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법비’(法匪·법을 잘 알아 법을 악용하는 이들)를 처단하기 위해 살육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빈센조’를 향한 시청자 평가는 좋았다. 자체 최고시청률 14.636%(20회·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이에 대해 곽동연은 통쾌함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때문에 더 답답한 요즘, 속시원함을 안겨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회적으로 분노하는 일이 많은데, 다들 빈센조 같은 인물이 한 명쯤 있으면 좋을 거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방법으로 범법자들을 벌하잖아요. 통쾌한 응징법과 그 안에 녹아든 개그 코드가 시청자를 사로잡지 않았나 싶어요. 저 역시 촬영하고 방송을 지켜보면서 통쾌했어요.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을 뚫어주는 느낌이랄까요. ‘빈센조’라는 작품은 그런 마력을 지녔어요.”

‘빈센조’ 속 개그 코드처럼 ‘유머의 힘’을 믿는 곽동연. SNS에서도 그 자신만의 유머코드로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다. 엉뚱 발랄한 곽동연은 시쳇말로 ‘드립력’(애드리브+힘)이 폭발할 때가 바로 팬들과 소통할 때다. “제 ‘드립력’은 선천전적인 영향이 커요. 어린 시절 열심히 독서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어요. (웃음). 전 ‘유머의 힘’을 믿어요. 일하는 시간도 즐거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상처받거나 무례하지 않지 않는 선에서 유머나 농담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게 제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진지하지만 엉뚱하다. 이런 모습은 이미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MBC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사생활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곽동연 발언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곽동연은 당시 “금요일에는 웬만하면 무조건 집에 있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없고, 술 취한 사람들이 시비를 건다. 그냥 걸어가는 데도 무섭다. 사건 사고 가득한 냄새가 난다. 괜히 엮여서 신세 망칠까 두렵다. 최대한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은 최근에도 여전하다.

“요즘에도 몸을 사려요.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질 때는 배달 음식 주문하는 것조차 무서웠어요. 세균이 묻어서 오지 않을까 며칠을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과한 걱정인가 싶다가도 이미 습관처럼 염려증이 있어요. 사람이 많은 곳보다 조용한 곳이 좋아요. 작품 활동 외 시간에는 허물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한 지인들과 있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요.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하하하”

아역배우로 데뷔한 곽동연은 올해 데뷔 10년 차다. 수많은 작품에서 모습을 비췄고,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향해 달려간다. “벌써 10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다행히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 같지 않아요. ‘빈센조’라는 좋은 작품을 만났잖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기하고 부단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다양한 분야에도 도전할 생각이에요.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도 오르고 싶어요. 매체(영상) 연기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큰 공연장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느낌 같아요. 재촬영도 없고, 편집도 없고, 긴 호흡을 배우들이 끌고 간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기회가 되면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해보고 싶어요. 목소리로만 전달하는 느낌도 새로울 것 같아요. 많은 기회가 찾아왔으면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입영 계획도 밝혔다. “입대는 보다 더 적합한 시기에 하고 싶어요. 아직 제가 배우로서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보다 숙달되고 단단해지고, 여러 시도를 해본 뒤에 입대하고 싶어요. 제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가 다가오면 그때쯤 입대하지 않을까 해요.”

줄곧 선 굵은 캐릭터 연기에 집중하던 곽동연이다. 청춘이기에 청춘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바로 풋풋한 청춘 로맨스다. 아직 곽동연 필모그래피에는 청춘 로맨스는 없다. “이제는 (멜로 연기를) 조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만의 호흡, 제가 할 수 있는 멜로 연기가 있지 않을까 해요. 좋은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 보여줄게 많은 배우다. 곽동연이 그릴 이상적인 필모그래피는 언제쯤 완성될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얼마나 박수칠까. 나날이 농익은 연기 숙련자로 성장해가는 곽동연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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