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전자책의 공존은 가능한가 - 교보문고 전자책리더 ‘eReader’

입력 2012-01-26 17: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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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어도 책을 좋아한다.
책 읽기는 물론, 책 고르기, 책 사기, 책 쌓아두기, 책 가지고 다니기, 책방 어슬렁거리기 등도 좋아한다. 책 표지에 둘러 있는 ‘홍보띠’ 모으기는 어느 샌가 취미가 됐다. 책에 대한 나름의 신조도 있다.
첫째, 책은 빌려서 읽지 않는다. 책장에서 문득 눈에 띈 책을 뽑아 아무 페이지나 펼쳐 놓고 읽는 버릇 때문에 웬만해서는 책방에서 직접 훑어보고 구매해 읽고 책장에 꽂아 둔다.
둘째, 베스트셀러라고 무작정 읽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는 의미 그대로 많이 팔린 책일 뿐 좋은 책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책방에 들러 목차와 내용을 한번 훑어보고 구매한다.
셋째, 종이책을 선호한다. 몇 년 전부터 ‘e북’이라는 전자책이 출시됐지만, 책은 역시 책장에 침 발라가며 읽는 게 제 맛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호기심에 몇 번 사용해 봤는데, 왠지 모른 어색함과 이질감에 정 붙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윷놀이와 밋밋한 인터넷 윷놀이 게임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본 리뷰어가 선뜻 e북(이하 전자책) 리더기를 사용해 보겠노라 선언한 건, 과연 최신 전자책이 종이책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읽을 만한지, 나아가 외국처럼 전자책 시장이 이 전자책 리더기로 인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을지 등을 가늠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 리뷰어처럼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책장에 종이책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도 가감 없이 판단해 보려 한다. 그 대상 제품은 우리나라 최대의 서적 매장인 ‘교보문고’가 출시한 전자책 리더기, ‘eReader(이하 교보 e리더)’다.


컬러 출력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전자책 리더기, 교보문고 e리더



근 한달 간 사용해본 교보문고 e리더의 선명한 특징은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짚어 보도록 하고 우선 e리더의 생김새를 훑어 본다.


교보 e리더는 흡사 7인치 태블릿PC(삼성 갤럭시탭 등)를 꼭 빼 닮았다. 디자인이며 크기며 무게며 버튼 및 각종 단자 배치 등이 거의 흡사하다. 지인은 이걸 보고 또 새로 나온 태블릿PC냐며 관심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본체 상단에는 전원 버튼(또는 화면 끄기), 우측에는 볼륨 조절 버튼(여담이지만, 화면상에는 ‘벨소리 볼륨’이라 표기된다. 물론 e리더는 통화 기능이 없다). 하단에는 이어폰 단자, 충전 단자,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 등이 있다. 터치스크린 화면 측에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홈/메뉴/돌아가기/검색 버튼이 마련돼 있다. 구성이 간결하니 사용도 복잡할 게 없다. 제 아무리 ‘기계치’라 해도 한두 번 조작해 보면 금세 익숙해 지리라 본다. 그래서 인지 제품 패키지에 들어 있는 설명서 마저 간소하다. 끝으로 뒷면 하단에는 작은 스피커 구멍 두 개가 있어 이어폰 없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교보 e리더의 외형적 특징은 컬러 디스플레이에 있다. 그 동안 출시된 대부분의 전자책은 흑백 디스플레이였는데, 교보 e리더는 ‘미라솔(Mirasol)’이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해 컬러로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처럼 선명하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전자책을 본다는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미라솔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 다시 언급한다).


또한 전자책(ePub)의 글꼴이 ‘나눔고딕’으로 고정돼 있어 가독성이 좋다(나눔고딕이 적용되지 않은 전자책도 더러 있다). 나눔고딕체는 네이버에서 무료 배포하는 글꼴로 웹 페이지나 각종 인쇄물에 적용하면 깔끔하면서도 보기 편해 인기가 높다. 때문에 오랜 시간 e리더를 보고 있어도 눈이 아프거나 싫증이 나지 않았다. 참고로 글꼴은 바꿀 수 없고, 글자 크기와 배경 색상은 바꿀 수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설정하면 되겠다(본 리뷰어는 연한 푸른색 바탕을 사용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는 터치 입력을 지원하여 마치 종이책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물론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넘김’을 흉내 낼 수 없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정독하는 느낌은 분명 있다. 다만, 전자책 디스플레이의 특성 상 넘김 반응이 약 0.5초 정도 느리니 성급하게 종이책처럼 후루룩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독서에는 심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정전식 터치 입력 방식이라 손가락으로도 무난하게 조작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내장되어 부분적이지만, 기본 기능은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인터넷 서핑이나 페이스북/트위터 사용, EBS 홈페이지 접속 메모 기능, 전자사전(디오딕 기본 내장), 음악 듣기, 구글 캘린더, 주소록, 사진 보기, 녹음기, 계산기 기능 등이다. 동영상 재생도 물론 가능하긴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역시 받쳐주지 못한다(단점이 아니다. 본 기기는 전자책 리더기지 동영상 재생기가 아니니까). 참고로 안드로이드 마켓은 지원하지 않는다(사실 굳이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끝으로 본체 아래 쪽에는 작은 스피커 출력부가 두 개 있는데, 음악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출력된다. ‘멜론’이나 ‘네이버 뮤직’ 등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웹브라우저로 실시간 스트리밍 재생할 수 있어 좋다. 당연히 음악 들으며 전자책을 볼 수 있다(다만,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음악 들으니 책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교보 e리더가 종이책보다 좋았던 점



약 3주에 걸쳐 교보 e리더를 사용하면서 총 3권의 전자책을 읽었다. 출퇴근 시간, 외근 이동 시간, 잠자기 전 등 자투리 시간을 틈틈이 활용했다. 책을 읽은 속도와 분량에 있어서는 확실히 종이책보다는 탄력이 좋다. 물론 전자책 리뷰를 준비하면서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책을 읽고자 했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편안한 주제의 책이기도 했지만, 전자책 페이지 크기가 종이책의 그것보다 약간 작고 활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눈이 피로하지 않아 오랜 시간 정독할 수 있었다.
교보 e리더의 효용성은 특히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빛을 발했다. 양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한 손으로도 페이지 넘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크기도 작고 무겁지 않으니 복지부동의 상황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독서가 가능했다(종이책이었으면 펼쳐 들고 있기도 힘든 상황일 텐데). 가방도 한결 가벼워진다. 평소 ‘읽은 책, 읽는 책, 읽을 책’ 등 서너 권을 넣고 다니는 백팩이 e리더 하나로 커버되기 때문이다. 몇 권의 책을 저장해도 교보 e리더는 338g이다.


잠자기 전에도 주효했다. 형광등이나 스탠드를 켜지 않아도 ‘자체 발광’ 백라이트로 책 읽기에 어떠한 불편함도 없었다. 불 켜놓고 잤다고 (아내 혹은 어머니께) 핀잔 들을 일도 없고. 불 꺼진 방에서도 은은한 밝기로 밝혀주기에 눈부심도 거의 없다. 디스플레이 쪽에는 조도 센서가 달려 있어 주변 밝기에 따라 백라이트 밝기도 자동 조절해 준다(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본 기능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책은 읽던 페이지를 정확히 기억하니 어느 책이든 이전에 읽던 페이지부터 다시 읽을 수 있다. 사실상 이것이 종이책에 비해 교보 e리더와 같은 전자책이 주는 최대의 장점이라 하겠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책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PMP 등보다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질이 선명하고 밝으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전자책 디스플레이는 전자잉크(e잉크) 기술이 적용된 출력물을 오래 동안 표시할 수 있도록 특수 고안됐다. 화질보다는 사용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보 e리더의 기본 사양에 따르면, 하루 30분씩 독서할 경우 1번 완충으로 최대 21일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본 리뷰어도 3주 동안 3권의 책을 수시로 보면서, 배터리 부족으로 충전할 일은 없었다. 화면 끄기 버튼(상단)을 누른 후 가방에 수삼일간 방치해도 거의 잔량 그대로를 유지했다. 선인장에 물 주듯 평소에 신경 쓰지 말고 책 보다가 부족하다 싶으면 충전하는 정도면 충분하리라 본다. 참고로 충전 포트도 요즘 스마트폰과 동일한 마이크로USB(5핀) 공통 규격이다(단 케이블에 따라 충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그동안 본 리뷰어가 전자책에 큰 관심이 갖지 않았던 이유는 볼 만한 신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 e리더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를 등에 업고 있어 전자책 콘텐츠 수급에 다소 유리한 편이다. 물론 하루에 수십, 수백 권씩 가판매에 오르는 모든 신간을 전자책화(化)하기란 불가능할 것이고, 적어도 인기 있는 신간 정도는 내려 받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보 e북 스토어에는 최근 몇 개월 이내 발간한 인기 도서도 제법 제공되고 있다. 원하는 책이 없을 순 있지만 읽을 만한 책은 많다. 본 리뷰어도 ‘보수를 팝니다(김용민 저)’, ‘천사의 부름(기욤 뮈소 저)’, ‘조조 사람혁명(신동준 저)’의 양서 3권을 정독했다. 정작 보고 싶은 책은 아직 전자책으로 제공되진 않지만 언젠가는 제작되지 않겠는가.
교보 e북 스토어의 콘텐츠는 e리더를 통해 와이파이(무선랜) 연결하여 직접 내려받아 저장할 수 있다. 사전에 예치한 금액 또는 핸드폰 소액 결제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약 20~30% 저렴한 편이니 평소에 책 구매가 많은 사용자에게 유리하다. 더구나 수십, 수백 권의 책을 하나의 기기에 모두 담아 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으니 그 또한 편리하다(참고로 교보 e리더는 내장 메모리 2GB를 제공하며, 외장 메모리-마이크로SD로 최대 32GB까지 지원한다).


참고로 교보 전자책은 e리더의 윤곽에 맞게 재편집된 ePub 형식과 원문 그대로를 저장한 PDF 형식으로 각각 제공되는데(단 구간 전자책 중 일부는 PDF 형식만 제공되기도 한다), 대부분 ePub 형식으로 보면 되지만 책에 따라 PDF 원문 형식으로 보는 것이 편한 경우도 있다(대신 글자가 작다. 이에 PDF 형식은 페이지 확대/축소가 가능하다).

끝으로 전자책이 지금보다 활성화되면 종이책을 만들기 위해 쓰러지는 나무를 한 그루라도 줄일 수 있으니 자연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

종이책이 교보 e리더보다 좋은 점



앞서 언급한 책 수집의 욕구 때문이다. 이는 비단 본 리뷰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리라. 물론 책은 ‘읽어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한 것’이지만, 빛 바랜 고서(古書)를 서재에서 꺼내 차분히 다시 정독하는 느낌이야 말로 책이 주는 진정한 감성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하여 e리더와 같은 전자책이 아예 불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장할 만한 책은 정독 후 서재에 꽂아 두고 그 외의 책은 전자책으로 저렴하게 구매해 읽으면 되겠다.


아울러 본 리뷰어는 책을 읽을 때 항상 필기구를 지참한다. 구절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적거나 밑줄을 치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교보 e리더는 책갈피(북마크) 기능은 제공되나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글자를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좋은 문구나 구절을 발견하면 이를 (따로 적어두지 않는 한) 기억할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이는 교보 e리더뿐 아니라 전자책 또는 e북이라는 이름의 기기가 갖는 공통적인 제한이다. 이외에 다양한 신간, 구간 서적을 접할 수 없다는 점도 종이책의 존재를 선명하게 새기게 한다.
그리고, 교보 e리더의 최대 걸림돌은...
가격이다.

가격을 확인하지 않은 본 리뷰어는 리뷰가 마무리될 즈음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공시된 e리더의 공식 판매가를 보고 사뭇 놀랐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첨단 제조 기술이 접목됐다 해도) '교보문고'이고 '컬러 전자책 디스플레이'라 하니 10만 원대, 제 아무리 비싸 봐야 20만 원을 넘지 않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 e리더는 2012년 1월 말 기준 349,000원이다. 더구나 서적은 10% 할인해 판매하지만, e리더는 할인 항목이 없다. 또 마일리지 적립(구매액의 10%)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 기기를 30만 원대 가격으로 책정되게 했는지 궁금하다. 미라솔 컬러 디스플레이? 퀄컴 사의 스냅드래곤 CPU? 안드로이드 2.3 운영체제? 512MB 램/2GB 외장 메모리? 아니면 교보문고 전자책 소프트웨어? 기회가 닿아 관계자를 만나게 된다면 꼭 묻고 싶다.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긴 몰라도, 가격을 적어도 20만 원대로 끌어 내리면 e리더에 관심 가질 독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세계 제1의 전자책 리더인 아마존의 킨들도 미화 70~90불 정도(한화 10만 원 내외)에 판매된다. 국내 경쟁 전자책 제품도 대개 10~15만 원 선이다. 아무리 컬러 디스플레이가 지원된다 해도 그에 두세 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리라 본다.
본 리뷰어는, 하드웨어를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빤짝' 수익을 얻기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확대 공급한 후 전자책 콘텐츠 사업을 집중 강화하여 그로 인한 '지속적인' 판매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하고 주도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라 믿는다.



그래도 많이 발전한 전자책 리더, 교보문고 e리더



근 한달 간 사용해본 교보 e리더 전자책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예상보다 유용했다. 솔직히 e리더 기기 자체보다는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전자책 콘텐츠의 덕이라 말하고 싶다. ‘하드웨어’의 성능과 사양이 각광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 안에 담길 ‘콘텐츠’가 하드웨어의 수명을 결정짓는 기준이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보 e리더는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을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물론 세계 최대의 서적 판매 업체인 미국 아마존(Amazon)사와 자사 전자책 리더인 킨들(Kindle)에 비하면 이제 첫 걸음마를 땐 수준이지만, 어찌됐건 그들은 외국 업체, 외국 제품 아니던가. 더구나 최근 애플 사까지 ‘아이북스2’라는 전자책(전자교과서)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인 마당에, 교보 e리더를 필두로 올해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을 견인할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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