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마트폰’

입력 2012-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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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폰도 다시 쓸 수 있다.’ 휴대전화 자급제가 1일부터 실시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중고전화 유통사업에 나섰다. 사진은 중고 휴대전화 구입·판매가 가능한 KT ‘올레 그린폰 서비스’. 사진제공|KT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약정없이 휴대전화를 사고 팔 수 있는 ‘휴대전화 자급제(일명 ‘블랙리스트’제)’가 1일부터 실시됐다.

기존 휴대전화 유통 체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제도는 그만큼 실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제가 정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대형마트 등에 휴대전화를 공급할 유통업체가 하나도 없다. 또 중저가 휴대전화 확보와 할인 요금제 출시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미진한 상태다.


● 마트서 휴대전화 산다?…아직은 취급 유통사 없어

방송통신위원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휴대전화 자급제를 적용한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사는 아직 없다. 제도는 도입했지만 당초 공언대로 소비자가 실제로 대형 마트에서 휴대전화를 약정 없이 구입해 이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제에 대해 시행 초부터 유통업계의 반응이 이렇게 미지근한 것은 무엇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의 요금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블랙리스트제 적용 휴대전화가 기존 이동통신사 매장에서 판매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그동안 사용 기간을 약정 계약한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다. 제조사들은 이를 통해 고가의 스마트폰 판로를 확보했고 이동통신사들은 장기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유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제를 적용한 휴대전화는 이러한 할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와 블랙리스트제도 적용 휴대전화의 할인 요금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이동통신사들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중고폰 시장 활성화 될 듯

또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전화를 국내에서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제도상으로는 7월부터는 국립전파연구원에 반입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취득한 휴대전화에 범용가입자식별모듈(유심 카드)을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국가별로 휴대전화 주파수 등 통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에 따라 아예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고,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 문제도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다.

오히려 현재 ‘블랙리스트’제 도입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중고 휴대전화 시장과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중고 휴대전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동통신사들도 경쟁사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고 휴대전화 유통 사업을 시작했고, 이에 맞춰 유심 요금제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통신 사업을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은 중저가 휴대전화 판매를 통해 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세텔레콤, CJ헬로비전 등 MVNO들은 중국 화웨이 등의 중저가 휴대전화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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