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파랑과 바이올렛이 해적 잭실버 선장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사진제공 | 으랏차차스토리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이 정도 수준까지 왔구나 싶었다. 뮤지컬 ‘코드네임X’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공연에서 멈추지 않고 이야기의 밀도, 수준 높은 노래와 안무, 그리고 교육적 요소까지 고루 갖춘 작품이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에서 엄지와 중지를 튕기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회귀물. 요즘 들어 식상하다는 말도 들리지만, 여전히 재미와 흥행의 보증수표인 회귀 장치를 ‘코드네임X’는 영리하게 끌어들였다.
주인공 강파랑은 스케이트보드와 랩을 좋아하는 11살 소년이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강파랑은 어느 날 우연히 1990년대로 회귀하게 되고, 그곳에서 ‘MSG’라는 첩보기관의 임무에 말려들게 된다. 흥미로운 건, 그 임무에서 만나게 된 파트너가 바로 과거의 엄마 ‘바이올렛’이라는 점이다.
아들과 엄마가 소년과 소녀로 힘을 합쳐 임무를 수행한다는 건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세대를 건너는 관계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협박범을 쫓으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MSG 본부에 날아든 협박 편지를 단서로, 불독 국장의 명령에 따라 여러 용의자를 하나씩 마주한다.
이 작품의 진행 방식은 퀘스트 게임에 가깝다. 각 용의자는 독특한 세계관과 개성을 지녔고, 두 요원은 이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 나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션 수행’ 구조 덕분에 공연이 한순간도 늘어지지 않는다. “다음엔 어떤 인물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어린 관객들의 눈과 귀를 무대로 잡아 이끈다.

강파랑과 MSG 본부 요원들

용의자 중의 한 명인 쉐프 김슐랭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작품의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 대기업의 구두쇠 회장 ‘찰리똑딱’, 헬스클럽 커플 ‘김불끈’과 ‘송사라’, 해적 코스프레에 심취한 ‘잭실버’ 선장, 그리고 한때 이름난 쉐프였지만 평론가들에게 외면당한 ‘김슐랭’. 이름만 들어도 캐릭터가 그려진다. 아이들은 웃고, 어른들은 그 안의 풍자를 읽는다.
MSG 본부의 요원들도 흥미롭다. 불독 국장은 별명이 아니라 진짜 불독이다. 그가 짝사랑하는 아름다운 비서는 푸들, 신무기를 만드는 ‘스타스키 박사’는 007 영화의 Q를 연상시킨다. 바이올렛을 짝사랑해 강파랑을 견제하는 ‘코드네임 R’, 그리고 이름을 합치면 ‘미원’이 되는 ‘요원 미’와 ‘요원 원’. 이런 언어유희가 작품 전반에 살짝살짝 MSG로 뿌려져 있다.
무대는 어린이 공연으로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 특히 잭실버 선장과의 바다 추격전은 ‘이게 어린이극 맞나?’ 싶을 정도로 시각적 완성도가 높았다. 결국 두 요원은 미션을 완수하고, 강파랑이 코드네임X를 부여받으면서 극이 마무리된다.

MSG 요원들의 신나는 군무 장면
극 초반에 엄마는 아들에게 “화가 날 때는 가슴에 손을 얹고 천천히 숨을 쉬어보라”고 조언한다. 이 노하우는 과거의 장면에서 재생된다. 바이올렛이 화를 참지 못하는 순간, 강파랑이 이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엄마가 아들에게, 아들이 과거의 엄마에게, 그리고 다시 현재의 엄마에게 이어지는 구조다. 이 인상적인 구조를 통해 어린 관객들은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배워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히어로의 따라해보고 싶은 행동 하나가 훨씬 더 교육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전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지막에 꼭 30초짜리 히어로 강의가 있었다. 화끈하게 악당을 물리친 배트맨이 가슴 근육을 잔뜩 부풀린 채 “시리얼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고 말하던 식이다. 어린 눈에도 상당히 뜬금없었지만, 그 한마디가 지금도 이렇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은 아마 공연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서 “자기 전에 폰 좀 그만 들여다보라”는 엄마의 말에 한 번쯤 가슴에 손을 얹고 천천히 숨을 쉬어볼지 모른다. 사실 이것이 이 공연의 진짜 여운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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