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이 없는 윤재(왼쪽)와 분노만 남은 곤이는 서로의 다름에 호기심을 느끼며 서서히 가까워져 간다. 사진제공 | 라이브(주)
김태형 연출은 인터뷰 내내 윤재를 ‘특이한 소년’으로 단정 짓지 않으려 했다. 그에게 감정표현불능증(알렉시티미아)은 인간의 ‘다른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김태형 연출은 연극, 뮤지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연출자이자 최고의 다작 연출자 중 한 명이다. 2007년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로 연출 데뷔했으니 18년 차. ‘과학고, 카이스트 → 한예종’으로 점프해 오래도록 ‘카이스트 출신 연출가’라는 태그를 붙이고 다녔는데, 이젠 ‘흥행 보장 대박 연출가’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김태형 연출은 뮤지컬 ‘아몬드’의 연출자다. 이 작품의 주인공 윤재는 머릿속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 이상으로 감정표현불능증을 갖고 태어났다.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의 무차별 살인사건으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과연 혼자 남은 윤재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뮤지컬 ‘아몬드’의 김태형 연출 사진제공 | 김태형

“사이코패스처럼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거나, 자폐처럼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운 경우와는 다릅니다. 윤재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 진폭이 아주 작을 뿐이죠. ”
연출가는 윤재를 맡은 배우들(문태유, 윤소호, 김리현)에게 “절대 로봇처럼 연기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윤재는 차가운 기계가 아닙니다. 단지 반응의 속도가 느릴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반응하되, 바로 반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관객이 느끼기에는 박자가 다르겠지만, 그 안엔 분명 감정이 흐르고 있어요”.
흔히 연출가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비교하곤 한다. 지휘자의 악보는 연주자의 악보와 다르다. 연주자는 자신 악기의 악보를 중심으로 보지만 지휘자는 모든 악기의 음표가 기재된, 이른바 ‘총보’를 읽어야 한다. 연출가와 배우가 읽는 대본은 같은 것이지만, 그 ‘읽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읽기의 다름’은 개성, 성품과 만나 스타일로 완성된다.
“연습, 공연을 시작할 때 깃발을 먼저 꽂고 가는 거죠.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다. 나는 이 공연을 이렇게 만들고 싶다. 약간 모호하고 상징적일 수 있지만 큰 목표를 설정하고는 그다음에 분야별로 좀 더 디테일한 깃발들을 꽂아나갑니다.”

사진제공 | 라이브(주)
윤재 외에 이 작품에서 중요한 캐릭터를 꼽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태형 연출은 의외로(또는 예상대로) 엄마와 할머니를 선택했다. “많은 분이 윤재와 곤이에 집중하지만, 저는 엄마와 할머니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건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해서니까요. 이 두 인물은 윤재가 감정을 배우게 되는 첫 출발점이죠.”
1막과 2막에서 관객은 시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역시 연출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1막은 주변 인물의 시선이에요. 세상이 윤재를 어떻게 보는지를 담았죠. 그런데 2막으로 넘어가면 시선이 윤재 안으로 들어갑니다. 감정을 못 느끼던 아이의 내부가 열리는 과정이에요.”

사진제공 | 라이브(주)
작품 곳곳에는 상징적인 장치가 숨어 있다. 빨간 곽 휴지는 그중 하나다. “곤이가 피 흘리는 윤재에게 곽 휴지를 건네죠. 윤재가 처음으로 ‘색’을 인식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흑백의 세계에 붉은색이 들어오고, 이 시점을 계기로 무대도 점점 컬러로 바뀝니다.”
관객들로선 의아해 할 수 있는 장면도 있다. 예컨대 윤재와 같은 반 여학생 도라의 키스신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원작 작가님의 상상력에서 나왔겠지만, 저로서는 그런 본능은 편도체와는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도라와 키스하는 단계에서는 이미 자신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죠. ‘윤재의 마음이 조금씩이지만 정말 성장하고 있구나’와 같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김태형 연출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사랑”이라고 했다. “저희 공연은 사랑과 애정이 결국은 감정을 잘 못 느끼는 캐릭터에게도 세상을 컬러풀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죠. ‘사랑합시다’. 그것입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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