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연세고든병원 척추외과 최현민 병원장 

의정부 연세고든병원 척추외과 최현민 병원장 




11월이 되면 집집마다 김장 준비로 분주해진다. 배추를 절이고 무를 썰고 김치를 담그는 일은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따뜻한 풍경이지만, 한편으로는 허리에 큰 부담을 주는 노동이기도 하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오랜 시간 절임 작업을 하거나, 무거운 김치통을 옮기다 보면 허리 주변 근육이 긴장되고 척추에 무리가 쌓인다. 김장 후 며칠 동안 허리가 뻐근하고 찌릿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닌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일 가능성도 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제자리를 벗어나 신경을 자극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앉거나 일어날 때 허리가 당기거나 묵직한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 다리, 발끝까지 이어지는 저림과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디스크가 신경근을 압박하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신경 증상이다.

김장철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반복된 구부림과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 때문이다. 척추는 곧게 세워졌을 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지만,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비틀면 추간판 안의 압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무게가 더해지면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섬유륜이 찢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중장년 여성의 경우, 근육량이 줄어 척추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져 이런 동작들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허리디스크는 초기에 통증을 완화시키는 보존적 치료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으로 통증을 조절하며, 생활습관을 교정해 척추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중 척추유합술은 심하게 손상된 디스크나 척추 불안정이 동반된 경우 고려되는 치료법이다. 손상된 추간판을 제거하고 인공 뼈나 케이지를 삽입해 인접한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불안정한 척추를 안정화시키고 신경 압박을 완화한다. 이는 척추의 구조적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으며,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척추의 기능을 다시 잡아주는 치료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척추유합술은 고난도의 수술에 속하지만,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절개 범위가 줄고 회복 기간도 단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수술 후에는 맞춤형 재활이 동반돼야 하며, 허리 근육의 안정성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의 연령, 척추 상태, 통증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김장철 이후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오래간다면 단순한 근육 피로로 넘기기보다 척추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척추유합술은 무조건적인 선택이 아니라,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심한 경우 신경 압박을 해소해 일상 복귀를 돕는 하나의 치료 방법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김장철 이후 허리 통증을 방치하면 작은 염증이나 손상이 만성화될 수 있다. 김장을 할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않으며, 무거운 김치통은 여러 사람이 같이 나누어 드는 것이 좋다. 또 작업 중간 허리를 쭉 펴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치는 한 해를 버틸 든든한 저장식품이지만, 김장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프다면 몸은 버티지 못한다. 척추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시간이 걸리기에, 작은 통증도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건강한 겨울을 보내는 첫걸음이 된다.

의정부 연세고든병원 척추외과 최현민 병원장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