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가 장애의 장벽 대신 열린 길을 선택했다는 점은 처음 설계 단계부터 분명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2025 열린 관광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그간 구축해온 무장애 인프라에 더해 새로운 시설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며 ‘모두에게 열린 테마파크’로 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개장 이전부터 장애인과 이동약자 접근성을 핵심 설계 기준으로 삼아왔다. 전 구역을 평지 구조로 설계하고, 이동 동선 곳곳의 턱을 없앤 점, 그리고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이용 가능한 어트랙션을 갖춘 점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제 기준에 기반한 자폐 고객 지원 체계를 마련해 ‘공인자폐센터(CAC)’ 인증을 획득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레고랜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4년 10월 발표한 ‘2025년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에서 전국 86곳 중 최종 선정 대상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은 기존 시설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테마파크에서는 이례적이던 신규 공간과 콘텐츠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레고랜드는 자극에 취약한 관광객도 편안하게 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감각 환경 전반을 재정비하며, 관광약자의 실제 이용 경험을 중심에 둔 접근을 시도했다.

그 중심에는 국내 테마파크 최초로 조성된 ‘정서적 쉼터(Sensory Room)’가 있다. 이 공간은 자폐성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처럼 감각 자극에 예민한 방문객이 번잡한 파크 환경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피니티 라이팅, 버블 튜브, 광섬유 커튼 등 시각·청각 자극을 조절하는 요소가 적용돼, 갑작스러운 발작성 행동을 우려해 야외 활동을 주저하는 방문객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정서적 쉼터 오픈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정서적 쉼터 오픈


또한 레고랜드는 관광약자 동선 이용 편의를 한층 높이기 위해 춘천 기반 테크기업 아이오테드(IOTD)와 협업해 AI 스마트 가이드 ‘MC 올리’를 개발했다. 이름은 레고랜드 직원 명칭인 ‘모델 시티즌(Model Citizen)’과 마스코트 드래곤 ‘올리’를 조합한 것으로, 음성 대화 기능이 탑재된 인형형 안내 장비다. 방문객은 MC 올리와 대화를 나누며 이동 동선 안내, 레고 작품 설명, 편의시설 위치 안내 등을 받을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기본 인프라 고도화도 폭넓게 이뤄졌다. 자동 출입문 설치 확대, 촉지·음성 통합 안내판 개선, 무장애 보행로 정비 등 실질적인 이용 편의 개선이 병행돼 장애인과 이동약자가 테마파크 곳곳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이 가진 동적 환경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리조트 조성 단계부터 장애인·관광약자의 편의성을 중심 가치로 삼아왔다”며 “센소리룸과 AI 스마트 토이 가이드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많은 방문객이 편안하고 즐겁게 시설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인프라와 콘텐츠 강화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레고랜드는 12월 12일 금요일, 강원도·경기도 소재 장애인 복지관 소속 장애인과 가족 130명을 초청해 ‘열린관광지’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새롭게 마련된 센소리룸과 AI 가이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실제 방문객 의견을 수렴해 향후 개선 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겨울 시즌에만 운영되는 크리스마스 공연과 실내 레고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램 등 레고랜드 특유의 콘텐츠로 초청객에게 따뜻한 하루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