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할 여성 퀴어영화 ‘너와 나’와 11월 1일 선보일 ‘녹야’.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스튜디오디에이치엘
‘너와 나’ 10대 소녀들의 미묘한 우정과 사랑 담아
‘녹야’ 남편 학대받는 여성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여성 퀴어 영화가 잇달아 극장 문을 두드린다.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 중국 배우 판빙빙과 이주영이 호흡한 ‘녹야’ 등 여성간의 사랑을 섬세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린 영화가 쌀쌀한 가을 극장가를 촉촉하게 적신다. ‘녹야’ 남편 학대받는 여성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넷플릭스 ‘D.P’, 영화 ‘차이나타운’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조현철이 연출해 25일 개봉하는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앞둔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미묘한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하루 전을 배경으로 10대 소녀들이 겪은 슬픔과 안타까움 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감독은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유에 대해 “일반 멜로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극중 여고생들의 사랑도 어떤 의문을 가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30대 창작자로서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보다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입시학원을 통해 몇 달간의 취재를 거쳤다.
11월 1일 개봉하는 ‘녹야’도 눈길을 끈다. 영화는 인천 여객항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던 진샤(판빙빙)가 우연히 만난 초록머리 여자(이주영)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남편의 폭력 아래 쳇바퀴와 같이 굴러가는 삶을 살던 진샤가 점점 주체성을 찾아가는 동시에 초록머리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담아내 일찍이 베를린을 비롯한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여성 퀴어 영화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던 귀엽고 가벼운 분위기의 BL(남성 동성애 코드의 드라마)물이나 동성애를 자극적으로 담아낸 일부 퀴어물과는 결이 다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폭력과 차별, 아픔 등을 경험한 이들의 연대가 담겨있다”면서 “다양한 억압과 경직된 시선 속에서 더욱 애틋하고 안타깝게 그려지는 두 여성의 사랑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