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장항준 등 스타감독들 ‘작은영화’로 내실

입력 2023-10-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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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왼쪽)·장항준 감독. 사진제공 | 바른손이엔에이·미디어랩시소

김지운 감독(왼쪽)·장항준 감독. 사진제공 | 바른손이엔에이·미디어랩시소

스타 감독들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작은 영화’로 잇달아 내놓는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 온 김지운, 장항준 등은 각각 ‘거미집’과 ‘오픈 더 도어’를 통해 줄어든 제작비 대신 ‘내실’을 기하겠다는 각오다.

25일 개봉하는 ‘오픈 더 도어’는 1993년 미국에서 일어난 한인 세탁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영화는 장항준 감독이 올해 초 선보였던 스포츠영화 ‘리바운드’(70억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한 7억 원 안팎의 제작비로 만든 독립저예산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때문에 영화는 뉴저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미국이 아닌 100% 한국에서 촬영됐다. 또한 안재홍(리바운드), 강하늘·김무열(기억의 밤) 등 스타들이 주연을 맡았던 장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이순원, 서영주 등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스타급 배우, 화려한 CG나 로케이션 등 대신 영화는 ‘본질’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였던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을 시간의 역순으로 그려내며 미스터리를 극대화한 덕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을 때부터 호평을 이끌었다.

장 감독은 “장르영화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상업영화의 치열한 바다에 들어가는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인간들이 욕망의 본질에 대해 집중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관객의 평가가 냉정해지고 이에 따라 한국영화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독립영화의 순수한 도전정신과 충실함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야기의 다양성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감독에 앞서 김지운 감독도 제작비 규모를 확 줄인 차기작 ‘거미집’을 지난달 27일 선보였다. 아쉬운 흥행 성적과 달리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이끈 영화는 ‘인랑’(190억 원), ‘밀정’(140억 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억 원) 등 수백억 원을 들인 김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96억 원으로 제작비로 완성했다.

김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동극 형식으로 풀어낸 이번 영화를 만들며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 자신의 초기작을 떠올렸다면서 “처음 영화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순수했던 열정을 되찾게 됐다. 영화계가 힘들어지면서 실험이나 시도, 새로운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영화로 영화적 자존심을 지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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