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 경기에서 세트스콩 3-2 역전승을 거두며 프로배구 역대 통산 감독 최다승(277승)을 기록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장충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59)이 V리그 사령탑으로 쌓은 금자탑이다. 이는 V리그 역대 사령탑 최다승이다.
우리카드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따돌리고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특히 신 감독의 277번째 승리(214패)였다. 직전까지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276승74패)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이날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우리카드는 1~2세트를 내리 빼앗겨 패색이 짙었다. 신 감독의 개인 기록은커녕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이어진 연승마저 끊길 위기였다. 그런데 대반격이 시작됐다. 2세트부터 서서히 안정을 찾은 경기력이 3세트부터 불을 뿜기 시작했고, 끝내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장장 165분에 걸친 혈투였다. V리그 역대 남자부 한 경기 최장시간 경기로 남게 됐다.
경기 전에는 침착했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도자를 하면서 기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는 정도의 담백한 표현만 했다. 경기 중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맥없이 1세트를 내줬을 때조차 입가에 미소를 지웠다.
그래도 운명의 5세트에는 달랐다. 15-15 듀스에서 마테이가 후위공격으로 이날 47번째 득점을 성공시킨 뒤 경기 내내 고전하던 세터 한태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쿼터 에스페호의 퀵오픈을 가로막아 엄청난 대역전극이 완성되자, 큰 동작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오늘 경기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무래도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이라 더 (여운이) 남을 것 같다.”
당분간 꾸준히 거론될 ‘최다승’ 타이틀도 흐뭇하다. 신 감독은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해주니 기분이 좋더라.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라며 “솔직히 이 기록이 오래 갔으면 한다. 앞으로도 깨지기 어렵게 만들고 싶다. 계속 (최다승은) 신영철로 갔으면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생각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 1승씩 추가될 때마다 역사가 바뀌는 ‘현재진행형’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 경기에서 세트스콩 3-2 역전승을 거두며 프로배구 역대 통산 감독 최다승(277승)을 기록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충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무엇보다 올 시즌 우리카드의 고공행진은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기에 더욱 특별하다. 주포 나경복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하면서 생긴 전력 공백이 컸고, 이 과정에서 큰 폭의 선수단 물갈이가 이뤄졌다. 상당한 혼란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개막 4연승으로 시즌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신 감독은 “(잘할 줄은) 몰랐다. 구단에도 ‘올 시즌은 많이 어려울 것 같다. 공은 둥글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만 했다. 모두가 역할을 하고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게끔 더 단단하게 팀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선수시절 명세터로 코트를 누볐던 신 감독은 1996년 삼성화재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해 2004년 2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 대한항공(2010년 2월~2013년 1월)과 한국전력(2013년 4월~2017년 4월)을 거쳐 2018년 4월부터 우리카드를 이끌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