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네치킨 홍경호 회장(오른쪽)은 로드FC 정문홍 회장에게 둘도 없는 ‘은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로드FC가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도 약속한 스폰서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 국내 종합격투기의 명맥을 끊이지 않게 만든 숨은 조력자다. 사진제공 | 로드FC
정 회장은 국내 종합격투기(MMA) 대회가 모두 사라진 2010년 ‘격투기의 부활’을 알리며 로드FC를 출범시켰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겹게 로드FC를 키웠고, 2015년에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일본과 중국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중국대회는 세계적인 MMA 단체 UFC가 중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이룬 성과였다.
정 회장은 “중국 투자자를 만났는데, 꿈이 뭐냐고 묻길래 ‘UFC를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말을 안 하고 웃기만 하더라. 3일째 되는 날 중국에서 대회를 열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싸우는 곳이 한국이면 (UFC에) 패하는데, 중국이면 다르다. 14억 인구가 있고, 자금이 있다. 중국이라면 붙어볼 만하겠다고 해서 갔다”고 중국 진출 후일담을 전했다.
당시 로드FC는 중국 CCTV로 약 4년간 오후 8시 프라임시간대에 생중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로드FC 중국법인의 가치는 2000억 원을 넘어서며 큰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탄탄대로만 펼쳐지진 않았다. 로드FC는 얼어붙은 한중관계로 인해 2018년 이후 중국에서 더 이상 대회를 진행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2020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에서조차 대회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수들과 스폰서가 떠나면서 대회사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로드FC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은인’의 손길 덕분에 국내 MMA 역사를 지킬 수 있었다. 바로 굽네치킨 홍경호 회장의 조력이다. 홍 회장은 로드FC가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약속한 스폰서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거의 3년간 대회를 열 수 없었다. 굽네치킨 홍경호 회장님이 메인 스폰서 금액을 10원도 빼지 않고 다 주셨다. 너무 멋있는 분이고, 내가 잘 돼 목표를 이루길 바라시는 분이다. 나를 지지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위기를 헤쳐 나온 정 회장의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 MMA를 이끌어 결국에는 UFC를 이기는 것이다. 최근 대한MMA연맹 회장을 맡아 MMA를 제도권 스포츠로 이끌려는 것 역시 정 회장의 이런 목표의식이 반영된 행보다.
정 회장은 29일 강원도 원주에서 또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원주 MMA 스포츠 페스티벌’로, 로드FC 글로벌토너먼트 결승전이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다. 원주시는 원강수 원주시장의 적극적 의지 속에 치악체육관을 MMA 전용경기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원주를 종합격투기의 메카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정 회장은 “아시아에는 충분한 인구가 있고, 로드FC는 브랜딩이 되어 있다. 나와 생각을 함께 할 자본가도 곧 붙을 것이다. 지금도 몇 명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UFC를 이기는 게 아니더라도 추격할 수는 있다. 남자로서의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