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그랬던 그가 25일 개봉한 영화 ‘너와 나’(제작 필름영)를 통해 조심스럽게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영화 개봉에 앞서 학폭을 주장한 누리꾼을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신청했다. 더 이상 숨지 않고 논란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박혜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질문 하나하나 오랜 시간 신중히 생각하며 답했다. 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지난 2년의 시간이 쉽진 않았지만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끝까지 믿어준 조현철 감독, 감사함에 눈물”
수학여행을 앞둔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미묘한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번 영화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촬영했다. 앞서 조현철 감독은 “눈물로 진실을 이야기한 박혜수를 믿는다”며 끝까지 그의 캐스팅을 고집했다. 박혜수는 그런 조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아직 사건이 경찰 수사 중에 있어서(조 감독과 이야기 나눈 내용에 대해)모두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절 믿어주셨어요. 감독님의 신뢰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왔어요.”
‘너와 나’는 억울하고 답답했던 지난 시간을 버티게 해줬다. 촬영 때만큼은 오로지 연기에 집중하려 했다. ‘너와 나’ 촬영 이후에는 제주도에서 만나 가족이 된 반려견 ‘부’가 가장 큰 힘이 되어 줬다.
“제주도에 두 달 정도 머무르며 유기견보호 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거기서 말티즈 부를 만나서 임시보호를 하게 됐죠. 학대받던 아이라 처음에는 소통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열어주고 다가와 줬어요. 부를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 됐는데도 도저히 못 보내겠더라고요. 이게 사랑이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부와 가족이 되었죠.”
●“논란 회피하려 한 적 없다”
2년간 활동을 쉬며 미디어에서 멀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학폭’ 의혹을 기정사실화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에게 ‘침묵’은 ‘인정’의 의미가 결코 아니었다.
“저는 한 번도 (논란을)피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입장도 내고 바로 수사가 진행됐죠. 그때만 해도 수사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저는 사진, 휴대폰 포렌식 등 제가 제출할 수 있는 증거를 열심히 제출하고 수사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다만 수사 중인 사건이니까 큰 소리를 내서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지난 시간을 원망하진 않는다. 그 시간 덕에 더 단단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아무 일도 없던 일이 되지 않을 테고 여전히 제가 많은 걸 뚫고 지나가야 하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고마움 마음을 잃으면서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s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