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통 큰’ 투자였지만, 2021시즌 100패를 넘긴(60승102패)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최하위 텍사스가 몇몇 프리에이전트(FA) 영입으로 단기간에 큰 결실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이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 또한 당장 대권에 도전하기보다는 단계를 밟고 올라가 월드시리즈(WS)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팀이 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시거와 함께한 첫 시즌인 지난해에는 AL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시거는 2년간 텍사스를 경쟁력 있는 팀으로 끌어올리는 기둥이었다. 덕분에 올해 텍사스는 90승72패, AL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PS)에 올랐다. 매년 30홈런은 너끈히 치고, 센터라인까지 이끄는 공·수 핵심이었다. 그리고 텍사스에 창단 첫 WS 우승을 안긴 영웅이 됐다.
코리 시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거는 2일(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WS 5차전 원정경기에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팀의 5-0 승리와 4승1패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올해 WS 5경기에서 타율 0.286, OPS(출루율+장타율) 1.137, 3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텍사스는 시거를 통해 구단 역사를 다시 썼고, 시거는 구단과 WS 역사까지 경신했다. 역대 WS에서 2회 이상 MVP에 오른 이는 시거까지 총 4명이다. 시거에 앞서서는 샌디 쿠팩스(1963·1965년), 밥 깁슨(1964·1967년), 레지 잭슨(1973·1977년)뿐이었다. 시거는 2020년 다저스 소속으로 WS MVP를 거머쥔 바 있다. 양대리그에 걸쳐 WS MVP를 차지한 선수로는 시거가 최초다. 시거는 “내가 이 팀의 일원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분투해왔는지 떠올리니 그저 행복할 뿐”이라며 기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