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U-17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변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미국에 1-3으로 패했다.
7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지도자로서 역량을 증명한 변 감독은 과감한 공격 전술과 체계적 빌드업을 연령별 대표팀에 이식해 큰 호평을 받았다. 진정한 시험대가 될 이번 월드컵에서도 “최고 성적인 8강을 넘어 4강을 이루겠다”며 출사표를 남겼다.
하지만 ‘변성환호’의 월드컵 여정이 시작된 지 7분 만에 일격을 맞았다. 한국 수비진에서 흘러나온 공을 님파샤 버치마스가 마무리하며 미국이 먼저 앞서갔다. 한국 선수들은 대회 분위기와 경기장에 적응하기도 전에 실점하며 흔들리는듯했다.
점수는 벌어졌지만, ‘변성환식’ 축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줬지만 오히려 경기를 주도했다. 최전방에 김명준(포항제철고)을 두고 양쪽 윙어로 발 빠른 윤도영(충남기계공고)과 양민혁(강릉제일고)을 배치한 한국은 측면 위주의 공격을 전개했다. 또 상대의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빌드업으로 풀어 나오며 미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균형추가 맞춰졌다. 전반 35분 미국의 중원과 수비진을 차례로 벗겨낸 한국은 김명준의 침착한 마무리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내내 한국은 미국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과감한 측면 돌파와 빌드업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그러나 수비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후반 4분 크루스 메디나에게 실점한 데 이어 후반 28분 버치마스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주도했지만, 미국이 결정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챙겼다. 한국은 23차례 슛을 때렸지만 1골에 그쳤고, 미국은 9개의 슛 중 3개를 성공했다.
첫 경기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변 감독은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결과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존 대표팀과 다르게 세계무대에서도 공격축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세계무대에서도 능동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선수들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은 결과가 좋지 않다고 무조건 실패가 아니다. 어린 선수들은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큰 무대에서 배울 수 있다. 선수들은 실점과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쓰라린 패배를 당했지만 과정과 교훈을 중시하는 변성환호는 15일 프랑스를 만난 뒤 18일 부르키나파소를 상대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