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충실한 ‘캡틴’ 손흥민, 생애 4번째 월드컵 그리고 리더십

입력 2023-11-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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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스포츠동아DB

손흥민(31·토트넘)이 4번째 월드컵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주장 손흥민을 앞세운 축구국가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홈 1차전을 시작으로 11회 연속,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안방에서 첫 단추를 꿴 대표팀은 21일 중국과 원정 2차전을 갖는다.

상대 전적과 객관적 전력에선 한국의 우위가 분명한 2연전이나 손흥민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지난해 카타르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 초대장을 받은 그에게 북중미월드컵은 현역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2026년에 손흥민은 34세다.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의 부름을 받고 11월 월드컵 예선에 함께 하는 이재성(마인츠)과 황의조(노리치시티), 김진수, 문선민(이상 전북 현대) 등 1992년생 친구들 중 일부는 북중미로 향할 수 없다. 월드컵 사이의 4년은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모두가 치열한 세대교체에 임하고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손흥민은 15일 기자회견에서 ‘4번째 월드컵’에 대한 감정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진솔했다. “4번째 월드컵에 끝까지 가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다. 지금 할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난 미래, 과거에 살지 않고 항상 현재를 산다. 당장은 2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막내로 ‘홍명보호’의 브라질 여정을 함께 한 손흥민은 최고의 베테랑이 됐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은 지난해 가입했고, 숱한 월드컵 예선 경기를 뛰었다. 기량과 실력은 전수할 수 없어도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은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내 경험, 직접 부딪혀본 부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월드컵 레이스는 길다. 매번 좋을 수 없다. 내리막도, 가시밭길도 있다. 이럴 때 경험 많은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손흥민은 평범한 고참이 아니다.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세계적 명장들이 인정하는 월드클래스는 실력에 버금가는 리더십도 가졌다. 대표팀처럼 토트넘에서도 주장 완장을 찼다. 유럽, 특히 콧대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클럽에서 아시아 선수가 캡틴이 되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럼에도 겸손했다.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대화하려는 것이 그렇게 (좋은 리더십으로) 비쳐졌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손흥민은 “운 좋게도 대표팀 주장을 오래 맡고 있다. 주장을 거친 (박)지성이 형, (기)성용이 형, (구)자철이 형에게 많이 배웠는데 항상 들은 이야기가 ‘주장의 무게’였다. 나만 생각할 수 없더라. 경기장 안팎, 뛰지 못한 선수들까지 챙겨야 한다. 영광만큼 부담과 책임이 크다. 좋은 품성의 동료들과 함께 해 쉽게 (주장을) 하고 있다. 선수들 덕분에 리더십이 언급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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