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빈이 정우성의 고독한 세상에 거센 변화를 일으켰다.
28일 공개된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2회에서는 차진우(정우성 분)의 세상에 성큼 들어선 정모은(신현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진우의 손끝에 전해진 정모은의 노랫소리,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라는 신현빈의 직진 엔딩은 설렘 그 이상의 울림을 안겼다. 혼자가 익숙한 차진우의 세상을 허물기 시작한 정모은. 낯선 떨림에 혼란스러운 차진우 눈빛은 설레는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정모은은 여전히 인생의 난기류를 겪고 있었다. 스튜어디스를 그만두고 ‘배우’라는 꿈을 향해 목적지를 변경했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매 순간 흔들리고 불안했다. 정모은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치고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차진우를 떠올렸다. 그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정모은에게 큰 힐링이었다. 그리고 정모은은 기적처럼 차진우와 재회했다.
혼자가 익숙한 차진우에도 낯선 변화가 찾아왔다. 공연 티켓을 선물 받은 차진우는 바로 정모은을 떠올렸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며 따라 부르던 그가 생각이 난 것. 차진우는 망설임 없이 티켓 두 장을 건넸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소리의 기억, 진동, 울림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차진우 말에 정모은은 공연을 함께 보러 가자고 말했다. 예상 못한 제안에 차진우는 “나와 가면 재미없을 거예요”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티켓 한 장을 내밀며 웃는 정모은에 더는 마다할 수 없었다.
공연 당일 차진우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 소리를 따라 차진우의 집으로 들어온 동네 꼬마 민준(김라온 분)이 잠이 든 사이 소동이 일어났고,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차진우가 납치 용의자로 체포된 것. 차진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수근대는 이웃들을 보며 “종종 이유도 모른 채 적의에 찬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그래야 그들의 눈도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줄 테니까”라는 속마음은 그가 살아온 험난한 인생을 짐작게 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차진우는 경찰서에서도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다. 필담으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원활한 조사를 위해 수어 통역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답답했고, 이미 훌쩍 넘어버린 약속 시간에 초조해 졌다. 한편 정모은은 연락도 없는 차진우를 한참이나 기다리다 돌아섰다. 그리고 차진우가 뒤늦게 약속 장소로 달려왔지만, 정모은은 떠난 뒤였다. 문득 밀려오는 미안함과 속상함에 고개를 떨군 차진우. 그 순간 정모은이 나타났다.
“왜 이렇게 늦었냐”라는 정모은의 말에 차진우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차진우.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들리지 않는 세상의 소리처럼, 자신의 언어가 정모은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처음부터 괜한 약속을 한 것 같아요. 오늘 우리가 공연을 봤다 해도… 당신이 느낀 것들을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긴 어려웠을 테니까”라면서 수어로 진심을 쏟아냈다. 정모은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정모은의 답에 차진우는 울컥했다.
정모은은 모든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차진우의 눈빛에서 그 마음을 읽었다. “공연 못 봐서 미안하다는 거죠?”라는 정모은. 그는 차진우의 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울림에 차진우는 또 한번 감정이 요동쳤다. 이어진 “나는 눈으로 소리를 읽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과 단절되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몇 초에 한 번씩 세상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손끝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가지는, 아무 걱정 없이, 눈을 감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이라는 차진우의 내레이션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에 “어쩌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라는 정모은의 말에 흔들리는 차진우의 눈빛은 달라질 그의 세상을 기대케 하며 심박수를 높였다.
이날 악몽에 시달리는 차진우도 그려졌다. 불길 속에서 울부짖는 누군가, 그리고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차진우의 슬픈 얼굴은 그의 숨겨진 과거를 궁금하게 했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