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가운데)이 3일 노르웨이에서 열린 2023~24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50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에서 2위 에린 잭슨(왼쪽), 3위 펨케 콕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민선의 모습. 사진출처 | ISU 홈페이지
김민선은 4일(한국시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막을 내린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73의 기록으로 에린 잭슨(미국·37초75)을 제치고 우승했다. 9조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친 마릿 플레데뤼스(네덜란드)의 부정출발로 스타트에 영향을 받을 법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변수는 또 있었다. 김민선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1~2차 대회에 새 부츠를 신고 나섰다. 당초 계획은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새 부츠에 적응한 뒤 내년 2월 16~18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최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민선은 월드컵 1차 대회(일본 오비히로)에선 1차 레이스 5위(37초99), 2차 레이스 7위(38초34)로 다소 주춤했으나 2차 대회(중국 베이징)에선 1차 레이스 3위(38초00), 2차 레이스 2위(37초85)로 안정세였다. 새 부츠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소속팀 의정부시청 제갈성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제갈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부츠의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자세가 바뀔 수도 있다. 이 경우 과거에 잘 맞았던 부츠를 다시 신는다고 해도 폼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며 “세계선수권에 맞춰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고, 2차 대회가 끝난 뒤 (2주간 휴식기를 통해) 이전의 부츠로 바꿔 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 국제빙상경기연맹 소셜 미디어 캡처
김민선은 500m뿐 아니라 1000m에서도 정상권으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츠 교체 계획을 다소 수정한 이유도 1~2차 대회의 1000m 기록이 영향을 미쳤다. 1차 대회에선 1분17초54(17위), 2차 대회에선 1분17초36(15위)을 각각 기록했다. 예전 부츠를 신고 나선 이번 대회에선 1분16초43(7위)으로 선전했다. 제갈 감독은 “1000m가 1분16초대면 괜찮은데, 새 부츠를 신고 각도가 나오지 않으니 본인이 구사하는 스케이팅을 구현하지 못한다. 무리가 따르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선은 2026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올림픽은 그의 숙원사업이다. 이 때는 새 부츠를 신고 빙판 위에 서는 게 현재 계획이다. 제갈 감독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 때는 새 부츠를 신는 게 기본 계획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기를 갖고 준비해야 한다. 부츠를 바꿀 때 엄청나게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다”며 “레이스(500m) 자체를 봐도 상대가 부정출발한 상황에서 그렇게 스타트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은데, 아랑곳하지 않았다. 첫 스타트가 늦었다면 이길 수 없었다. 첫발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김민선의 시즌 첫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