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가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2021년 KBO리그로 활동무대를 옮긴 뒤 ‘기부천사’의 이미지를 심었던 그는 재계약 과정에서 내년 연봉을 최저연봉인 3000만 원으로 먼저 제안했고, 이마저도 전액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은퇴 시즌이 될 내년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는 14일 추신수(41)와 2024시즌 계약 소식을 알렸다. 내년 연봉은 최저연봉 3000만 원이다. 추신수는 이를 전액 기부한다. 구단은 “연봉 기부 의사를 밝힌 추신수의 진정성 있는 행보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최근까지 현역 연장 여부를 놓고 적잖이 고민했다. KBO리그 무대를 밟은 2021년부터 계속해서 1년 계약을 한 이유 역시 이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비시즌 동안 가족과 많이 고민했다”며 “그 때마다 팬들이 보내주는 응원, 무엇보다 후배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만큼 내가 야구와 우리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숭용 신임 감독(52) 역시 추신수를 강하게 원했다. 프런트는 세대교체를 천명했지만, 그래도 갓 팀을 꾸리고 있는 이 감독에게는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했다. 이 감독은 추신수에게 2024시즌 주장직을 맡겼다. 구단은 “경험이 풍부하고, 리더십이 있다. 여기에 선수단으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점을 이 감독이 고려해 추신수에게 제안했고, 추신수가 주장직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감독님이 내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며 “내년에는 성적 역시 중요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언제든 퓨처스(2군)팀에서 후배들과 훈련하고,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저연봉 계약 또한 추신수가 내건 또 한 가지 공헌이다. 구단은 이 역시 추신수가 제안했다고 알렸다. 당초 추신수는 2021시즌부터 2시즌 동안 27억 원씩을 받다가 2023시즌에는 17억 원을 받았다. 그런데 내년에는 16억7000만 원을 더 깎았다. 프로선수에게 연봉은 곧 자존심이지만, 돈보다 의미 있는 가치를 좇겠다는 생각에서다.
구단 관계자는 “최저연봉은 구단 운영에 대한 추신수의 깊은 배려”라며 “이와 관련해 모두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과 선수단 연봉,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등 여러 면에서 운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23년 동안 야구했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시즌이니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 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단은 “추신수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여러 팬서비스 계획을 구단에 제안했다”며 “친필 사인 실착 유니폼을 선물하고 사인회를 열거나,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추억을 만들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김현세 스포츠동아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