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감독? 바꿀 생각 없다”…K리그1 2년차 맞은 이정효 감독의 출사표

입력 2024-01-04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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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FC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는 2023시즌 K리그1 최고의 ‘다크호스’였다. 이정효 광주 감독(49)은 승격 첫 시즌에도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다짐했다. 지난 시즌 개막 직전 “강팀을 상대로 물러난다면 선수들은 성장할 수 없다”던 이 감독의 의지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이 감독의 당찬 출사표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유기적 움직임과 강한 전방압박을 주문했고, 선수들은 이를 착실히 이행했다. 광주의 공격축구는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2023시즌 광주는 K리그1에서 구단 최초로 단일시즌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고, 9월에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를 꺾기도 했다.

결국 광주는 3위를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무대에 나서게 됐다. 이 감독은 팀을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에 진출시키며 2023시즌 K리그1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 감독이 K리그1 최고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것은 획기적 전술과 좋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스타 감독’이 된 배경에는 거침없는 입담이 있었다. 지난해 3월 FC서울과 2라운드 홈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이 감독은 “저렇게 축구를 하는 팀에게 지다니 분하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수비만 했던 서울의 플레이를 지적하면서 패배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그의 ‘어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 벌어진 전북 현대와 31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패한 뒤에는 취재진에게 “단 페트레스쿠 감독님 연봉이 얼마인가요?”라고 물었다. 이날 광주는 전북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슈팅 개수에서도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반면 전북은 라인을 내린 채 수비에만 치중했다. 우승 후보 전북이 결과를 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비판한 이 감독의 발언에 적지 않은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소신을 굽히고 싶지 않다. 2024시즌을 앞두고 그는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하지만 물러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많은 팀들이 도전할 텐데 맞서 싸우겠다. 계속 선을 넘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는 이미 새 시즌 준비에 나섰다. 3일 동계전지훈련지인 태국 치앙마이로 출국해 31일까지 훈련한다. 2024시즌 광주는 다른 팀들로부터 지난 시즌보다 더 거센 저항을 받을 전망이지만, 이 감독은 두렵지 않다.

백현기 스포츠동아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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