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외국인투수 드류 앤더슨이 11일 인천 KIA전 2회초 보크와 폭투로 난조를 보였다. 스포츠동아DB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SSG 랜더스전에선 경기 초반 보기 드문 장면들이 잇달았다.
상황은 KIA가 1-0으로 앞선 2회초 발생했다. 1사 1·3루 찬스에서 1루주자 최원준은 2루 도루를 노리며 누상에서 지속적으로 스킵 동작을 취했다. 이에 SSG 선발투수 드류 앤더슨은 1루 견제를 반복하며 주자를 묶는 데 집중했다.
둘 사이의 신경전은 최원준의 승리로 끝났다. 견제구를 계속 던지던 앤더슨은 결국 보크를 범하며 3루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1루주자 최원준도 2루까지 ‘공짜 진루’에 성공했다.
앤더슨은 보크 이후 크게 흔들렸다. 후속타자 박찬호와 승부에선 시속 153㎞의 빠른 공을 타자 등쪽으로 던지는 폭투를 범하기도 했다. 공의 궤적과 앞선 상황에 비춰보면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박찬호는 공을 피한 뒤 타석에 주저앉은 채로 앤더슨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둘의 미묘한 승부는 또다시 KIA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찬호는 계속된 1사 3루 찬스에서 앤더슨의 6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박찬호는 타격을 마친 뒤 1루로 뛰어가며 보란 듯이 배트를 하늘 높이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희한한 장면은 그 뒤에도 나왔다. 후속타자 김도영은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로 1루주자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KIA는 4-0으로 달아났다. 3루까지 내달린 김도영은 베이스를 밟은 뒤 3루측 KIA 덕아웃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SSG 베테랑 3루수 최정이 김도영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김도영이 베이스 위로 발을 올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공이 든 글러브를 계속 김도영의 몸에 대고 있었다. 결국 SSG는 비디오판독 끝에 김도영을 3루에서 아웃시키며 급한 불을 껐다. 마치 지난해 3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친 뒤 기뻐하다 태그아웃을 당한 강백호(KT 위즈)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KIA는 이후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가점을 뽑지 못한 채 이닝을 마쳤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