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손아섭(오른쪽 끝) 이전에 삼성 장효조, 양준혁과 LG 박용택(왼쪽부터)이 있었다. 스포츠동아DB·삼성 라이온즈
KBO리그 간판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두고두고 회자되는 레전드들이 있다. NC 다이노스 손아섭(36)이 KBO리그 통산 안타 1위 등극으로 ‘타격 달인’의 계보를 만든 여러 레전드를 소환했다.
손아섭은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개인통산 2505안타를 달성했다. 종전 KBO리그 통산 안타 1위 박용택(45·전 LG 트윈스·2504개)을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박용택이 2018년 6월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위(당시 2319안타)에 오른 지 5년 12개월 4일(2189일) 만에 KBO리그의 간판이 또 한번 바뀌었다.
박용택은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2500안타 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를 이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여느 타격 달인과 다르지 않았던 꾸준함과 콘택트 능력이다. 2002년 데뷔 시즌부터 2018년까지 17시즌 중 그가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치지 못한 것은 2008년(86안타)뿐이었다. 불혹을 넘긴 2019년(55안타)과 2020년(65안타)에도 꾸준히 안타를 생산한 끝에 KBO리그 최초 2500안타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10년 넘게 통산 안타 1위 집권, ‘위풍당당’ 양준혁
박용택이 통산 안타 1위에 오르기 전, KBO리그는 말 그대로 ‘양준혁(55·전 삼성 라이온즈) 시대’였다. 양준혁은 2005년 6월 25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종전 1위 장종훈(한화 이글스·1771안타)을 뛰어넘은 뒤 이 자리를 무려 13년 1일(4746일)이나 지켰다. 더구나 양준혁이 갖고 있는 기록은 비단 안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홈런, 타점 등 여러 타격 지표의 통산 기록 1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름이 됐다.
2000안타 시대도 양준혁이 가장 먼저 열었다. 2000안타는 그가 2007년 7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이 고지에 오르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기록이었다. 그가 써내려간 최초의 역사 뒤에는 18시즌 통산 타율이 0.316에 이를 정도로 꾸준하고 정교했던 타격이 뒷받침됐다. 이에 양준혁을 두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KBO리그 초창기 흥행을 이끈 삼성 이만수, 장효조, 김성래(왼쪽부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을 있게 한 타격의 달인, 장효조
후배들의 안타 행진이 있기 이전에는 42년 KBO리그 역사 최고의 타격가로 꼽히는 고(故)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이 있었다. 프로야구의 초창기이던 1983년부터 10시즌 동안 그가 남긴 타율은 지금도 통산 타율 1위(0.330·964경기 1008안타)로 굳건하다. 그 뒤를 양준혁이 잇고 있다.
장 감독은 타격가를 꿈꾼 여러 후배들에게 말 그대로 귀감이었다. 현역 시절 등번호 10번을 달던 양준혁은 자신이 그 번호를 달기 이전 주인이던 장 감독이 눈을 감은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영구결번 10번의 원래 주인은 장 감독님이셨다”며 “난 어린 시절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에 입학할 당시 장 감독님의 타격 지도를 받고 타격에 눈을 떴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