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사용 중인 피치컴. AP뉴시스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는 전자장비인 ‘피치컴’이 KBO리그에도 도입된다.
KBO는 15일 구단 담당자를 대상으로 피치컴 사용설명회를 열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포함한 11개 구단에 장비 21세트(1군 10세트·2군 11세트)를 배포할 예정이다. 포수용 송신기 3개와 투수·야수용 수신기 9개, 충전 케이스가 한 세트다.
피치컴은 2022년 메이저리그(MLB)에 도입된 장비다.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포수가 송신기를 이용해 구종과 코스 등을 누르면, 투수와 야수가 이를 전달받는 구조다. 야수들도 구종과 코스에 따라 수비위치에 변화를 줄 수 있기에 피치컴을 착용해야 한다. 사인 노출 방지는 물론 배터리의 사인 교환 절차를 간소화해 경기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 KBO가 2025시즌부터 정식으로 도입할 예정인 피치클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중 곧바로 피치컴을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비시즌에 피치컴 사용법을 완전히 숙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미세한 차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손가락을 활용해 사인을 교환하던 기존 방식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1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만난 두 사령탑도 같은 의견을 드러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택권이 있다면, 우리 팀은 (피치컴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매 경기 공 하나가 승부에 직결된다. 장기적으로는 경기시간을 줄이는 게 당연하지만, 허둥지둥하고 싶지 않다. 시즌이 끝나고 준비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당장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한 것도 아니고, 자칫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곧바로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확실히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짐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