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민수, 박민혁 PD, 이동희 사업콘텐츠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 책임프로듀서. 사진제공|티빙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에서 좀처럼 다루기 어려웠던 귀신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신병으로 괴로워하는 예비 무당부터 귀접(귀신과 성관계를 하는 현상)을 경험한 사람까지 도무지 믿기 힘든 실제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다큐멘터리는 2022년 봄부터 2년여 간 7명의 실제 귀신 사례자, 6명의 무속인, 1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귀신 현상을 다각도로 들여다본 덕분에 시청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총 8부작 중 4회를 11일 먼저 공개해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시즌2 제작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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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제작진에게 ‘감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민수 PD는 “출연자나 무당이 촬영 일정 직전에 문자 한 통만 남기고 ‘잠수’를 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을 정도로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돌이켰다.
“50여 명의 제보자에게 모두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셨나요?’라고 물어봤어요. 진료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문제가 귀신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분들은 최대한 배제했어요. 평범하게 살다가 어쩔 수 없이 무속에 기대게 된 사람들을 주로 찾았습니다. 화상으로 미팅을 하던 중에도 빙의가 돼 아기 목소리를 내던 제보자가 있었어요. 그를 보고 한 무당은 ‘(귀신이)너무 세다’며 겁먹고 연락을 끊었죠. 그 분은 결국 촬영 직전에 출연 의사를 철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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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들은 귀신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을 조금씩 바꿨다. 천주교 신자인 박민혁 PD는 “‘왜?’라는 질문보다 현상 자체를 담아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봤다”며 “그런 기획 의도에 공감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작을 지원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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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앞으로는 한국 무속 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싶어요. 굿의 80%를 차지하는 재수굿(복을 비는 굿) 등 무당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어떨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