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극 중 그는 권력을 이용해 10.26 사건 관련 재판을 좌지우지하려는 합동수사단장 전상두를 연기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한차례 출연을 고사”했지만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상두의 잔상”을 끝내 뿌리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서울의 봄’과 차별화”
그는 “시대의 악마”라고 생각하는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악역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가 “악랄한 일개 개인이 아닌 야만스러운 시대의 표상”으로 보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을 흉내 내는 방식의 연기도 하지 않으려 했어요. 참고 영상도 많이 봤지만, 인물보단 흐름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결국 자료 참고를 포기했죠. 그런데도 주변 분들이(전두환과)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킹메이커’에서 김영삼 대통령 모티브 인물을 연기했을 때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에요.”
같은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만큼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과도 비교되고 있지만 그는 “결이 다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배우 황정민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격동의 시대를 끌고 간 캐릭터를 연기했지요. 하지만 우리 영화의 전상두는 밀실에 가만히 앉아 고요하게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고 치밀한 방법을 모색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어요.”
○“고 이선균 연기 오래 기억되길”
모든 배우가 연기하길 꺼리는 성범죄자 캐릭터(‘노 웨이 아웃’)부터 전두환 모티브 인물까지 쉽지 않은 역할들을 잇달아 선택하고 있는 그에게 혹자는 “용감하다”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오히려 자신을 “용감하지 않은 배우”라고 말했다.
“‘내가 무조건 해낼 거야!’라는 용기 있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에요. 오히려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 믿기에 제게 오는 작품과 캐릭터를 운명처럼 받아들일 뿐이죠.”
마지막으로 극 중 상사 명령으로 10·26 사건에 가담한 군인 박태주를 연기한 고 이선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킹메이커’에서도 이선균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관객들이 이선균과 얽힌 여러 사건이나 일들이 아닌 그의 연기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했고 뜨겁게 연기했던 ‘배우 이선균’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