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영현이 22일 수원 키움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전반기까지 세이브왕 경쟁은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과 정해영(23·KIA 타이거즈)의 2파전 구도였다. 전반기에 20세이브를 넘긴 투수는 오승환(24세이브)과 정해영(21세이브)뿐이었다.
후반기 들어 이 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7세이브를 기록 중인 오승환이 컨디션 난조로 1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후반기 11경기에서 3세이브를 추가했지만, 평균자책점(ERA)이 7.88로 좋지 않았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정해영은 후반기 10경기에서 5세이브(1패1홀드), ERA 1.00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24일까지 26세이브를 수확하며 오승환에게 바짝 따라붙었다.
이들을 뒤쫓는 선수는 22세이브의 유영찬(27·LG 트윈스)과 21세이브의 박영현(21·KT 위즈)이다. 전반기부터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19세이브를 챙긴 주현상(31·한화 이글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들 중 후반기 리그 최다인 10세이브를 쓸어 담은 박영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68경기에서 3승3패4세이브32홀드, ERA 2.75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오른 박영현은 올 시즌 전반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35경기에서 6승2패11세이브를 건졌지만, ERA는 4.83으로 좋지 않았다. 블론세이브도 4차례였다.
그러나 후반기 18경기에서 3승무패10세이브, ERA 0.40으로 ‘언터처블’의 위력을 뽐내며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반기 들어 반등한 팀의 상승세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세이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어 막판까지 타이틀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특유의 직구 구위가 살아난 게 결정적이다. 전반기 35경기 중 직구 평균 구속 145㎞를 넘긴 경기는 21회에 불과했지만, 후반 들어선 전 경기에서 145㎞를 넘겼다. 연장 12회 1이닝 세이브로 팀의 1-0 승리를 이끈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선 직구 평균 구속이 무려 151.1㎞나 나왔다. 강력한 직구 덕분에 이를 뒷받침할 체인지업까지 살아난 모양새다. 또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가 워낙 좋다 보니 140㎞대 후반의 평균 구속만 유지하면 공략이 쉽지 않다.
후반기 맹활약을 바탕으로 2004년 조용준(10승-34세이브) 이후 20년 만의 10승-30세이브 기록에도 다가서고 있다. 1승만 더 보태면 두 자릿수 승리를 마크한다. 또 박영현이 이미 작성한 10승-20세이브 역시 조용준 이후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