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요즘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역 수지가 적자네 흑자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좀 자제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왜 다들 그렇게 여행에 열광하기 시작할까. 방송사에서 여행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여행 관련 잡지도 점점 많아지는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내 자신이 여행 마니아이고 또 내일 아침이면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앉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여행을 원하는 이유는 비록 짧더라도‘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여유’를 절실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열정적으로 일하고 미래를 향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재충전이 없이 달리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분명코 쓰러지고 말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일본은 비정상적인 호황을 누리는 버블 경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도 몇 십만 원짜리 티슈가 나왔다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개하는 그런 나라 일본은 지금보다 더 바벨탑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었다.
고호의 그림을 일본인이 엄청난 돈을 들여 사들인다는 뉴스 같은 것을 본 기억도 희미하게 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 일본에 가게 되었고 나와 같은 이름 없는 외국인 아티스트에게도 많은 투자를 해 주었었다. 예술 방면의 일 이란 것이 경기가 좋아야 생겨나게 되는 것이니까 어찌 보면 행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때, 90년대 중반 일본은 많은 문제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도 기억된다. 이상한 신흥 종교라던가 안 좋은 사건들과 함께 과로사가 화두로 떠올랐었다. 버블경제는 모두에게 허황된 물신 숭배사상을 극단으로 치 닿게 했고 수많은 고층 빌딩은 텅텅 비어 있었으며 하루가 멀다 하게 TV에서는 과로사의 뉴스가 나오곤 했었다. 그리고 버블경제는 꺼지고 오랜 불황을 겪다가 나라의 여러 가지 기초적인 문제점들을 고쳐내고 요즘 다시 호황을 누린다는 소문이 들린다.
경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쉬지 못하고 그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은 10년 전 이나 지금이나 결코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수렁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나름 지혜롭게 터득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일본도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기는 한다지만 해외가 되었든 국내가 되었든 짬짬이 계획성 있게 여행 같은 여가를 갖고 모두가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음미하며 살았으면 참 좋겠다.
다시 이야기가 제자리로 돌아와 나는 지금 여행 전야를 보내고 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이라 뛰고 저리 뛰어 머리는 멍하고 등짝도 아프다.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는 것은 내일이면 먼 나라 그것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정열과 투우와 집시의 나라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을 겸해서 가기는 하지만 축제가 살아 있고 사람들이 다채로운 삶을 즐길 줄 아는 곳에 가서 그들과 함께 4월의 축제의 일원이 되는 것만으로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것만 같다.
물론 나는 사치스러운 여행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할 여력도 없지만) 허름한 호텔에 묵고 슈퍼마켓에서 빵을 사다먹을 것이다.
그래도 가우디의 건축 앞에서 가슴 가득 감동을 느끼고 살아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보다 더 한 행복이 있으랴.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