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맨유가되려면유망주를모셔라

입력 2008-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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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드래프트제도입의허점
한동안 프로구단에서 근무했던 까닭에 각계에서 인사와 관련한 새로운 제도가 발표될 때마다 프로리그제도와 연관시켜보는 습성이 있다. 마침 서울시에서 많이 듣던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다기에 왜,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관한 궁금증이 생겼다. 미국 프로리그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통상 ‘신인 드래프트’(rookie draft)를 말한다. 1936년 미국풋볼리그(NFL)가 제일 먼저 이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프로농구(NBA)가 1949년, 메이저리그(MLB)가 1965년 도입했다. 프로 입단을 원하는 아마추어 선수를 모아 놓고 각 구단이 순서를 정해 지명하는 방식이다. 지명순서는 전년도 성적 하위팀부터 우선권이 주어지고 상위로 갈수록 순서가 뒤로 밀린다. 하위팀에게 유망선수를 우선적으로 지명할 권리를 줌으로써 전년도 벌어졌던 ‘팀간 전력격차’를 어느 정도 줄여준다는 게 이 제도의 목적이다. 드래프트가 이런 제도이기 때문에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먼저 도입 목적은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라고 적혀 있었다. 목표가 ‘글로벌 Top 10’이었으니 경쟁대상은 세계 각국의 대도시인 것으로 보인다. 프로리그와 대비해보니 시장(市長)이 리그 커미셔너, 실·국이 구단, 실·국장이 구단주, 부서가 포지션, 드래프트 대상은 신인이 아니라 ‘2년 이상 근무한 6급 이하 선수’였고 3차 지명까지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동일 구단에서 6년 이상 뛰었던 선수와 한 포지션을 4년 이상 맡았던 선수는 무조건 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부칙이 붙어 있다. 3차례 지명은 먼저 구단주와 스카우트위원회가 데리고 있을 선수를 정하고(1차), 시장에 나온 선수는 각 구단이 스카우팅리포트를 검토한 후 선발하고(2차), 남은 선수는 규정된 보유선수 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선발하는(3차)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3차례 지명에서 아무데서도 지명 받지 못한 선수는 1.5군 내지 훈련만 하는 2군으로 배치된다. 아직 시행은 되지 않았지만 이 제도를 국내프로리그에서도 충분히 경험한 사례에 비추어 시뮬레이션해보면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프로리그에서 구단주는 우수선수를 절대로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시장에 나오는 선수는 연봉이 부담스럽거나 나이든 선수, 부상선수, 주전급이 아닌 교체급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하위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별 전력보강이 이루어졌다고 하자.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대는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인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다. 서울시가 맨유(맨체스트 유나이티드)같은 세계 Top 10 대열에 서려면 세계적인 선수를 여럿 데려와야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도 도입 목적과 제도가 과연 부합하는가에 관한 의문이다. 이상은 그냥 드래프트라는 낯익은 제도를 서울시에서 도입한다기에 몸에 밴 습관상 프로리그와 억지로 비교해본 것 뿐이다. 그렇지만 우수신인의 외부수혈이나 명감독 영입 없이 기존선수의 트레이드만을 통해 서울시가 과연 빅리그급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을 지는 개인적인 큰 관심사다. 한가지 부언하자면 서울시가 채택한 제도는 미국 프로리그에서 채택하고 있는 보류시스템(reserve clause)의 하나인 드래프트제도라기보다는 유럽축구에서 도입하고 있는 보유-이적(retain-transfer)시스템에 오히려 가깝다. 보유-이적시스템은 신인스카우트는 자유경쟁체제이고 시즌이 끝나면 버릴 선수와 데리고 있을 선수 명단을 작성한 후 각 구단끼리 서로 트레이드를 하는 제도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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