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동해체육관, 베이징올림픽 제2차 국가대표선발대회 자유형경기. 말끔한 정장 차림의 심 코치가 매트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오전부터 체험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가 없었다.
“야, 몸을 더 숙여야지. 답답하네.” 진지한 분위기라 말 한마디가 걸기가 부담스러운 상황.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답변은 “결승전 끝나고 갑시다.” 결국 55kg 이우주(광주남구청), 66kg급 최두수(주택공사), 74kg급 조용필(전북도청), 120kg급 김재강(영남대)의 우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 북평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 중심으로 훈련 일정이 있었다.
선수들의 첫 마디는 “내일 몸 좀 쑤실 겁니다”였다. 구르기 도중 뒷목에 통증이 생겼다. 다음 날 한의원을 다녀오는데 조병관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들을 많이 썼으니 당연히 아플 겁니다. 저희들도 2∼3일 휴가 다녀오면 목이 뻐근할 때가 있는 걸요.” 박은철은 “무릎 관절을 다치거나 등이 결리는 일은 부지기수”라고 했다.
아픈 몸에 고통어린 체중감량까지 참아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올림픽 메달 때문이다. 박은철은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2회 연속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에게 패했다. 레이한푸르는 지난 3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차광수(북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은철은 “(레이한푸르가) 훌륭한 선수지만 해볼 만 하다”고 했다. 조병관은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알리아스가르 바즈리갈레(이란)에게 패하면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놓쳤다. 하지만 “지금 붙으면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오히려 라이벌은 러시아와 쿠바 선수”라고 했다. 매트에 몸을 눕힐 때마다 진한 땀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하지만 베이징의 영광을 꿈꾸는 이들의 흔적이기에 함부로 얼굴을 찡그릴 수 없었다.
동해=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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