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불멸의좋은수

입력 2008-06-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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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B조본선리그
이창호가 들어서자 스튜디오 안이 꽉 차는 듯한 팽창감이 들었다. 이것이 이창호란 존재의 무게감이다. ‘대단하군.’ 권오민은 바둑판 위에 얼굴을 묻었다. 눈을 마주쳐봐야 승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반전무인이라 하지만, 그것은 프로로서도 요원한 경지의 일. 바둑판 너머에 앉은 거인의 존재는 거대한 해일처럼 가슴을 압박해 온다. 돌을 가리니 권오민의 백번. 권오민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프로라면 열의 일곱은 흑을 쥐고 싶어 한다. 강자와의 승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이창호의 흑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의 흑으로 불렸다. 전성기 시절, 송곳 하나 들어갈 틈 없는 그의 흑 바둑은 완벽 그 자체였다. 상대는 전 판 내내 흑의 굳은 성문 밖을 맴돌다 제풀에 지쳐 떨어지기 일쑤였다. <실전> 흑1이 온 이상 백도 2로 벌려 안정을 꾀해야 한다. 이창호는 즉각 흑3으로 귀를 단속했다. 그의 흑번은 역시 ‘단단함’에 강미가 있다. <해설1>처럼 흑이 손을 빼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백6으로 덜컥 들어왔을 때 골치가 아파진다. <실전> 흑3은 어딘지 촌스러워 보이지만 천하의 이창호도 이렇게 둔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둑이 존재하는 한 이 흑3은 ‘불멸의 좋은 수’이다. <실전> 흑7의 세 칸 벌림에 주목하자. <해설2> 흑1로 일립이전하면 백은 당장2로 붙여올 것이다. 흑은 중복의 모양이 된다. 백4의 압박 겸 벌림도 자세가 좋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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