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신인여우상휩쓴서우“도망친신데렐라된기분”

입력 2009-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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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얼마 전부터 각종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은 TV에서 이미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들이 휩쓸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에는 진짜 신인이 신인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영화평론가협회상이 뽑은 2008년 여자 신인배우 서우는 작은 역할로 출연한 ‘아들’과 시트콤 한편, 그리고 영화 ‘미쓰 홍당무’가 연기활동의 전부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의아해했을 수도 있는 시상 결과다. 하지만 ‘미쓰 홍당무’를 관람한 영화 팬들은 얼굴을 끄덕였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는 언제 이혼할지 모르는 아빠와 엄마의 눈치를 보는 여중생. 까다로운 역할이었지만 서우는 당당히 해냈다. 제주도에서 드라마 ‘탐나는 도다’를 촬영하다 서울에 잠시 들린 서우는 “하룻밤의 꿈같다”고 했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신데렐라가 12시 땡 돼서 구두까지 벗어놓고 도망친 기분이랄까요? 상 받고 제주도가서 다시 해녀로 변신하고 바다에 풍덩 빠졌어요. 정신없이 연기하며 생각했어요. ‘정말 상 받은 게 꿈은 아니었을까’(웃음).” 서우는 1988년 생으로 이제 갓 스물을 넘었다. 중학생 역할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동안이었지만 생각은 깊었고 말투는 어른스러웠다. “신인상도 받았으니 빨리 주연상도 받아야할 것 같다”고 덕담삼아 말하자, 곧 표정이 심각해진다. “시상식에 갔는데 다들 키도 크고, 얼굴도 얼마나 예쁘고 작은지, 아무리 높은 구두를 신어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쓰 홍당무’에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딱 그 마음이었어요. 운이 좋아 신인상을 받았지만 이런 행운이 다시 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서우는 사실 ‘미쓰 홍당무’ 오디션에도 떨어질 뻔했다. 제작자 박찬욱 감독과 이경미 감독은 좀 더 불쌍해 보이는 외모를 원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인 서우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역을 노리고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저보고 중학생도 가능하겠다며 이 역을 주셨어요. 최대한 불쌍해 보이려고 눈 밑에 시커먼 다크 서클을 칠하고 주근깨도 수백 개 찍었어요.” 복이 많다고 운이 많다고 하지만 서우는 수십 차례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또다시 부족한 점을 고쳐나간 끝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인상이요? 숙제라고 생각해요. 신인상까지 받았는데 잘못하면 얼마나 창피해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숙제 앞으로 열심히 해야죠!”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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