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온듯…목포에 빠져 봄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3-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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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시내 북항 승강장에서 유달산 반달섬 고하도까지 총 3.23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 다도해 바다와 목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현재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일본영사관. 1900년에 지어진 목포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목포 출신 예술인들의 자취가 배어 있는 북교동에서 만난 이난영과 김시스터즈의 모습(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범 기자·한국관광공사

파란만장한 이야기 품은 매력적인 도시

하늘 가르는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 절경
가수 이난영 등 유물 있는 ‘화가의 집’ 북적
‘지역이 문화재’ 근대역사문화공간 볼거리
밥 도둑 갈치조림 등 ‘남다른 식도락’ 만끽
한 지역이 거쳐 온 파란만장한 역사와 문화를 여행 테마로 삼는다면 목포는 참 매력적인 도시다. 기차서 내려 역사 밖으로 조금만 거닐어도 1897년 개항해 130여 년을 지나온 근대화의 자취를 곳곳서 만난다. 마치 시간을 뒤로 거슬러 그 시절로 떠나는 타임트립의 느낌이다. 마침 이곳에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근대역사문화공간과 해상케이블카가 봄날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난영, 김시스터즈, 그리고 연희네 슈퍼

이번 목포 타임트립은 약간 색다르게 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목원동과 북교동부터 시작했다. 나란히 인접한 두 동네에는 오밀조밀 예스런 골목길과 김우진, 김현, 차범석, 박화성 등 이 고장이 낳은 근현대 문화예술인의 유적이 모여 있다.

그중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과 김시스터즈의 유물이 있는 ‘화가의 집’을 찾아갔다. 예쁜 정원의 단층 초가집과 2층 양옥집에 걸쳐 문화센터격인 화가의 집, 무인카페, 이난영·김시스터즈 전시관이 모여 있다.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등을 부른 가수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의 음악 행보는 훨씬 다양하고 깊다. 한국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의 멤버였고, 남편 김해송과는 KPK악극단을 조직해 운영했다. 1950년대 딸 두 명과 조카로 팀을 결성했는데 이들이 바로 김시스터즈다. 김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으로 진출해 비틀즈도 출연한 TV쇼 ‘에드 설리반쇼’에 무려 33회나 출연했다. 전시관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난영의 음반부터 김시스터즈의 미국 활동 의상, 공연 영상 등 소장 자료가 무척 알차다.

영화 ‘1987’의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는 북교동에서 걸어서 30분, 차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서산동 보리마당 시화골목 초입에 있는데 영화에 등장한 슈퍼와 다방 등을 80년대 소품까지 그대로 보존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유달동과 대성동의 11만4038m²에 달하는 지역이다. 건물이나 유물이 아닌 지역이 통째로 문화재(등록문화재 제718호)로 지정된 첫 사례이다. 1897년 목포가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한 이후 조성한 근대 시가지의 바둑판식 도로와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을 비롯해 일본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소학교, 적산가옥, 상점, 창고, 방공호 등을 도보투어로 돌아볼 수 있다. 이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유명한 일본영사관이다.


●바다 조망 뷰 맛집, 해상케이블카와 목포진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시내와 바다를 조망하는 이 지역 ‘뷰 맛집’ 중 하나다. 북항 승강장에서 출발하여 유달산 정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까지 총 길이 3.23km로 국내 해상케이블카 중에 가장 길다. 고하도 승강장 뒤쪽으로는 섬 정상 전망대까지 산책길이 나 있다. 전망대는 이순신 장군 유적지답게 판옥선 13척을 탑처럼 쌓은 모양이다. 주변 섬과 목포신항만, 해양대, 목포대교, 유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해변데크길로 목포대교 아래까지 가면 일몰 감상 포인트인 용머리가 나온다. 다시 고하도 승강장으로 돌아갈 때 데크길 대신 산쪽의 용오름 숲길로 가면 고즈넉한 산길 정취도 느낄 수 있다. 내륙에서 목포 앞바다를 바라본다면 목포진도 좋다. 목포진은 조선 세종 때부터 왜구의 약탈을 막기 위해 목포에 주둔한 수군 기지다. 1895년 폐진돼 사라진 공간을 2014년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면서 객사와 일부 유적을 복원하였다.


●즐거운 향토 식도락, 게살비빔밥과 갈치조림

식도락 자부심이 남다른 남도 고장답게 목포도 다양한 식문화를 자랑한다. 그중 이번에 찾은 곳은 목포역 앞 초원음식점. 외관은 평범한 동네 식당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젓갈내음이 훅 다가온다. 메뉴는 꽃게살비빔밥, 갈치조림, 갈치구이, 병어찜 뿐. 흔히 말하는 ‘맛집 포스’가 느껴진다.

시그니처 메뉴인 게살비빔밥은 꽃게 살을 긁어 매운 양념에 버무려 내놓는다. 이를 밥에 비벼 먹는다. 테이블마다 거의 ‘국룰’처럼 같이 주문하는 갈치조림 역시 매운 양념인데 중독성이 있다. 벽을 보면 갈치조림으로 받은 목포음식 명인 인증서가 걸려 있다. 봄날 ‘소확행’ 먹부림으로는 훌륭한 선택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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