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울화(鬱火) 잡아야 건강하다”

입력 2023-03-30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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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과 막말, 호통의 시대 분노 조절 도움 한방 건강법
-지나치게 분노를 억제하면 마음 속 울화(鬱火)로 이어져
-스트레스 및 긴장 완화 효과적인 ‘단중혈‘ 지압 도움 돼
-화 다스리기 어렵다면 신경 안정시키는 우황청심원 효과
최근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역을 맡았던 임지연(박연진 역)은 분노 연기로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촬영 후에도 예민함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음을 밝혀 화제가 됐다. 호통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정치인들의 태도도 자주 이슈가 되는 등 요즘은 짜증과 막말 호통의 시대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적정한 수준의 분노 해소는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정이 가라앉으면 후회와 자책감으로 힘들어 분노의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분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적인 감정을 잘 관리하기 위한 건강법을 정리했다.

●분노…참아야 하나, 드러내야 하나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적 갈등을 침묵하다 보면 불안과 걱정이 쌓여 ’울화(鬱火)‘로 이어질 수 있다. 마냥 참기보다는 적절한 감정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방에서 울화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생긴 화증을 의미한다.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특징이다. 병명의 화(火)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신체의 열감이 심해지며, 맥이 빠르게 뛰는 맥현삭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독일 예나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를 참는 사람은 맥박이 빨라져 신체와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쿠스 문트 박사는 맥박 상승이 반복될 경우 혈압이 높아져 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며 수명 또한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감정 해소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친 분노를 터뜨릴 경우 ‘분노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이 근육을 수축시켜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어깨와 목 등에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근육 경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분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은 “분노를 지나치게 해소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번 참다가 터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중혈 지압 도움, 한방서는 침이나 우황청심원 처방

누적된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는 운동이 있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30분 이상 실천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감이 든다. 이는 이른바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는 상태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논쟁이나 다툼 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는 분비된 지 15초 만에 최고조에 이르지만 2분 전후로 서서히 수치가 떨어져 15분이 지나면 정상 범위까지 감소한다.

스스로 해결이 힘들 정도로 화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울화의 원인을 기의 순환이 막힌 것으로 보고 침치료와 뜸,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먼저 침치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이어 뜸을 놓아 뭉쳐 있는 기를 원활하게 순환시킨다. 여기에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신경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가량 억제해 뇌 손상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환 원장(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치료와 함께 ’단중혈‘과 같은 혈자리를 지압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중혈은 한방에서 ’화(火)가 쌓이는 자리‘라고 불린다. 명치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어 화가 나고 답답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쿵쿵 내려치게 되기도 한다. 단중혈을 검지와 중지로 지그시 누른 채 10초간 문지르면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다크 초콜릿이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키는 데 좋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화를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건강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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