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마른기침 잦으면 ‘폐섬유증’ 의심”

입력 2023-06-25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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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가래 등 감기증상과 비슷해서 초기발견 어려워
환자 매년 증가 추세, 2018년 이후 4년 새 43% 늘어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질환의 일종으로,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치 상처가 아물며 굳은살과 흉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만 4000여 명이던 폐섬유증 환자가 2022년 2만여 명으로 43%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폐섬유증 대부분이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3~4년 정도로 알려져 있어 호흡기 증상이 장기간 호전되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약물치료는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할 뿐 계속 진행된다면 결국 폐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어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폐섬유증의 대표증상은 마른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으로, 일반적인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초기발견이 어렵다. 병이 진행되면 저산소혈증이 심해지면서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해지는 곤봉지가 생기기도 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기도 한다. 이는 폐섬유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질환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폐섬유증이 무서운 이유는 지속적으로 폐가 손상되지만,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폐섬유증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미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 진단될 경우 통상 3년 이내 절반 정도의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폐섬유증은 흉부 X-ray와 CT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경우에 따라 흉강경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폐기능 검사로 폐섬유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은 “폐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장기인 만큼 50대 이상은 매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호흡하는데 예전과 다르게 어렵거나 이상 증상이 느껴질 경우 가능한 빨리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약물치료는 진행만 늦춰, 수술적 치료는 폐이식 유일

폐섬유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폐이식 수술로 진행된다. 약물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 제제를 사용해 폐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약물이나 산소치료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한번 섬유화된 폐는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해, 폐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시행된 167건의 폐이식 중 절반에 가까운 74건(약 44.3%)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였다.

폐이식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고, 수술 시 인공 심폐기를 사용해 장기이식수술 중에서 고난도에 속한다. 뇌사자의 폐를 얻는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 위험이 높고, 뇌사가 발생하면 기능 저하가 다른 장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실제 폐이식에 사용 가능한 것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 장치에 의존해 온 중증환자 비율이 높다보니, 수술을 하더라도 비교적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그만큼 의료진의 숙련도가 폐이식 수술의 성패를 가른다.

그래서 명지병원의 백 센터장은 환자의 삶에 대한 의지와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백 센터장은 “국제 폐이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양측 폐이식은 60세, 일측 폐이식은 65세까지 권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령이어도 특별한 질병이 없고 신체 상태가 양호한 경우 폐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며, “폐이식을 시행할 단계에 들어선 환자라면,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섭취로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명지병원은 5월 장기이식 수술 중 최고난도에 속하는 폐이식 수술 3건을 연달아 성공하며 신장과 간, 심장, 폐 등 4대 주요 장기를 모두 이식하는 국내 9번째 의료기관으로 등극한 바 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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