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타르’ 손흥민의 3번째 카타르 여정, 캡틴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입력 2024-01-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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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선수들은 경기 중에는 무릎을 잘 짚지 않는다. 상대에게 자신이 지쳐있음을 드러내는 동작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후에는 좀 다르다.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허탈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도 그랬다.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마친 뒤 허리를 숙여 무릎을 잡은 뒤 주저앉았다.

모든 게 아쉬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대표팀은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의 결정적 슛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충격의 패배를 떠안을 뻔했다.

손흥민의 활약도 평소보다 뜸했다. 최전방에서 조규성(26·미트윌란)과 호흡을 맞춘 그는 전방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부지런히 뛰었으나, 영양가는 없었다. 한 장면만 좋았다. 전반 9분 황인범의 침투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파하다가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PK)을 절묘한 파넨카킥으로 직접 성공시켰다. A매치 통산 42호 골이자, 아시안컵 통산 5호 골이었다.

A매치 119경기, 그 속에서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는 한편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어렵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종횡무진 누비는 손흥민도 요르단의 끈적이는 수비에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스로도 졸전을 인정했다. 현지 중계방송과 믹스트존 인터뷰를 통해 “득점은 특별하지만 우리는 이기지 못했다. 실점도 많았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요르단전은 이미 과거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다음 경기다. ‘클린스만호’는 25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조 1·2위의 갈림길이다. 한국은 1승1무, 승점 4로 요르단과 동률이지만 득실차에서 밀려 2위에 올라있다. 조별리그를 2위로 마쳐야 16강전에서 D조 2위 일본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 대표팀은 상대를 고르고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경기력을 회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손흥민의 마음도 그렇다. “우승하려면 상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쉬운 경기는 없다. 누구를 만나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막내로 나선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손흥민은 2015년 호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다시 카타르로 왔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더하면 카타르에서만 3번째 메이저대회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동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으며 팀 전체를 살려야 하는 주장의 어깨가 무겁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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