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한다’ 이승엽 감독-박흥식 수석코치 체제의 두산이 기대되는 이유

입력 2024-01-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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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왼쪽)·박흥식 수석코치.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박흥식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62)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의 타격을 담당했던 베테랑 지도자다. 수석코치, 2군 감독, 1군 감독대행까지 두루 경험한 ‘코치들의 코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랬던 그가 2023시즌 후 두산 유니폼을 입기로 결심한 이유는 분명했다. 애초부터 두산의 육성 시스템을 인상 깊게 지켜봤던 터라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은 두산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뿐 아니라 삼성 시절(1996~2003년) 사제관계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48)에게도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었다. 이 감독의 요청을 받은 만큼 더 이상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박 코치는 두산과 계약한 뒤 “내 노하우와 경험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23시즌 두산 사령탑을 맡으면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선수 시절 경력이 워낙 화려하지만, 지도자로선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 코치의 존재가 분명 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박 코치는 젊은 선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법을 찾는 데 능하다.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두산이 박 코치에게 수석코치 보직을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박 코치를 무척 따랐다. 지금까지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과거의 일화도 있다. 2000년대 초 이 감독은 타격폼을 바꾸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입단 후 첫 5년간(1995~1999년) 146홈런을 날리며 자신의 타격폼을 확실히 정립했던 터라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하루는 박 코치님이 배팅볼을 던져주는데, 타격훈련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튿날 이 감독 앞으로 봉투 하나가 전달됐다. 보너스인 줄 알았지만 봉투를 연 그는 깜짝 놀랐다. 박 코치가 직접 쓴 편지였다. “쇠도 두드려야 더 단단해진다. 너처럼 큰 선수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진심에 이 감독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후 2003년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쳐내는 등 매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며 일본프로야구(NPB) 무대까지 밟을 수 있었다.

박 코치는 이제 이 감독의 참모로서 모든 힘을 쏟을 참이다. 그는 “감독님의 생각대로, 선수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판단이 필요할 때는 최대한 냉철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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