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포비아’ 극복한 전북, 다시 ‘챔피언 DNA’가 숨쉰다! [현장리포트]

입력 2024-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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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태욱이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2023∼ 2024시즌 ACL 16강 원정 2차전 후반 31분 1-1 동점골을 뽑은 뒤 포효하고 있다. 전북은 1·2차전 합계 스코어 3-1로 포항을 따돌리 고 8강에 올랐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가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루마니아)이 이끄는 전북은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대회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1-1로 비겼다. 1·2차전 합계 스코어 3-1로 웃은 전북은 울산 HD-반포레 고후(일본)전 승자와 3월 5~6일과 12~13일 4강행 티켓을 다툰다.

홈 1차전을 2-0으로 잡았던 전북은 적지에선 전반 12분 만에 포항 박찬용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후반 31분 정태욱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면서 통산 3번째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솔직히 불안했다. 축구에서 애매한 스코어가 2-0이다. 전북의 르네상스를 일구고 지금은 산둥 타이샨(중국)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강희 감독도 항상 “2골차 리드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심적 여유를 줄 수 있어서다.

이날 경기도 그랬다. 홈 승리는 잊어야 했다. ACL 토너먼트는 180분짜리 승부다. 남은 90분을 부담스러운 적지에서 치러야 했다. 게다가 포항은 전북에 유독 강했다. 지난해에도 FA컵 결승을 포함해 4승1무로 앞섰다.

여유 아닌 여유를 안은 전북도, 물러설 데가 없는 포항도 총력전이었다. 다만 일정 시간 탐색전이 필요했던 1차전과는 달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송민규와 에르난데스를 제외한 전북은 티아고와 한교원을 전방에 배치하고, 중원에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영재·맹성웅)을 세워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울산에서 데려온 베테랑 오른쪽 풀백 김태환도 출격했다. 반면 포항은 박찬용-아스프로-이동희에게 후방을 맡기고 양 날개 어정원과 완델손을 깊숙이 전진시킨 변형 3백으로 혼란을 유도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여기에 큰 변수도 있었다. 이날 포항에는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다. 기온은 영상 7도였으나, 강풍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권이었다. 또 피치는 젖었고,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를 먼저 포항이 이용했다. 전반 초반 박찬용이 시도한 오른발 슛이 선제골로 이어졌다. 조금 빗맞은 슛임에도 전북 골키퍼 김정훈이 물기 가득한 공을 뒤로 빠트렸다. 일찍 실점하며 원정팀이 위기에 몰리자,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이영재 대신 문선민을 투입해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후반 24분에는 이수빈, 한교원 대신 정태욱, 이동준이 나섰다. 작전이 통했다. 포항 문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볼을 티아고가 헤더로 넘겨줬고, 이를 정태욱이 재차 헤더 동점골로 연결했다. 마침내 전북이 ‘포항 포비아’를 털어낸 순간이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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