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통역의 역대급 ‘뒤통수’, 시간대별 재구성

입력 2024-03-21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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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20일(현지시각) 해고 했다.

오타니의 법률대리인이 그가 불법도박으로 인해 진 빚을 갚기 위해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의 돈 수백만 달러를 훔쳤다며 당국에 고발한 뒤 취해진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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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와 미즈하라는 ‘영혼의 단짝’으로 통했다. 비자 발급·갱신, 휴대전화 개통, 숙소·차량 렌트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 해결했다. 일정관리 미디어 담당도 그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운전, 밥 친구, 말동무 캐치볼 상대 등 일상생활에서도 둘은 늘 함께였다. 투·타 겸업인 오타니를 ‘이도류’라고 표현한 것에 빗대 일본 언론에서 그를 ‘십도류’라고 불렀다.

그만큼 둘의 관계가 밀접했기에 파장은 컸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가 엮인 사건이기에 현지에선 관련보도가 쏟아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ESPN, LA타임스 등의 보도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을 전개순서대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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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해, 미즈하라와 인연을 맺었다. 미즈하라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고등학교과 대학교를 졸업했다. 2012년 뉴욕 양키스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한 오카지마 히데키 투수의 통역을 맡은 게 인연이 돼 이듬해부터 닛폰햄의 외국인 통역을 담당했다.

2018년 오타니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미즈하라가 그의 전담 통역사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베팅을 시작한 것은 2021년 이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포커 게임 중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를 만난 것을 계기로 도박업체 드래프트 킹스를 통해 스포츠 게임에 돈을 걸었다. 이후 보이어의 업체를 통해서도 도박을 했다. 미국 약 40개 주에선 스포츠 베팅이 합법이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불법이다.

미즈하라는 불법인줄 모르고 했으며, 야구 경기에는 베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제축구, NBA, 대학 미식축구 등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3년 9월과 10월 사이 오타니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오타니의 이름으로 100만 달러(각각 50만 달러씩 두 차례)가 도박업자 보이어 관련 계좌에 송금 된 것. 이체 설명 란에는 ‘대출’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즈하라는 처음엔 자신의 도박 빚 450만 달러(약 59억 원)를 오타니가 대신 갚아주기로 합의 한 후 송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스포츠 도박 사실을 알고 언짢아했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며 미즈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본인 컴퓨터에 로그인 해 송금했다는 게 미즈하라의 주장이었다.

오타니가 돈을 직접 주지 않은 것은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쓸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었으며, 그냥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고 미즈하라는 말했다. 미즈하라의 1년 수입은 30만 달러(3억 900만 원)에서 50만 달러(6억 6000만 원) 사이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3년 10월 연방 수사당국이 도박업자 보이어의 자택을 급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2024년 1월 송금내역에서 오타니의 이름을 찾아냈다.

관련 정보를 확보한 ESPN이 오타니 측에 연락을 취했다. 오타니는 MLB 개막전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상황. 오타니의 대변인은 통역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했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미즈하라와 90분간 인터뷰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에 3월 19일 ESPN과 미즈하라가 대면했다.

미즈하라는 “확실히 그(오타니)는 이번 건에 대해 기분이 나빴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나를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며 나를 위해 그 빚을 갚아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이것(캘리포니아 주에서 스포츠 베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나는 힘들게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스포츠 베팅을 하지않겠다”라고 말했다.

3월 20일 많은 일이 벌어진다.

ESPN은 오타니 측에 미즈하라의 주장을 확인한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송금을 했으며 돈을 돌려받기로 했는지 물었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오타니의 법률 대리인과 연락을 취한 후 미즈하라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오타니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버크 브레틀러 LLP는 성명을 내고 “최근 언론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당국에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후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활동이나 부채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타니가 송금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기존 주장을 철회했다. 그리고 LA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오타니 측에서 하루 사이에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는 것. 19일에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 송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 “미즈하라가 모두 꾸며낸 말”이라며 그를 도둑으로 묘사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오타니의 처벌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야후 스포츠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처음 주장대로 오타니가 불법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한 행위는 미국 형법에 따라 최대 징역2년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오타니가 스포츠 도박을 한 의혹은 없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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