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아침 산책 즐기는 서영은 “걷는 즐거움, 내 음악적 영감의 원천” [셀럽들의 7330]

입력 2024-04-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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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등원 시키고 1시간 가량 산책
추리소설 등 오디오북을 즐겨 들어
걷고 달리다가 가사 떠오르면 녹음
2년 여 만에 신곡 ‘걱정마요’ 공개
데뷔 25주년, 팬들 위해 선물 고민
1000명 중에 섞어 놓아도 단박에 가려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올해로 공식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 가수는 신비로운 ‘소리’를 신으로부터 선물 받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 선물은 ‘서영은’이란 보석상자에서 꺼내져 세상에 다시 선하게 뿌려진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통해 자신(혼자가 아닌 나)과 타인(내안의 그대)을 발견하고, 꿈을 꾸며(꿈을 꾼다), 기어이 웃음(웃는거야)을 되찾게 된다.

최근 서영은은 2년 여 만에 신곡 ‘걱정마요’를 들고 돌아왔다. 서영은만의 온기를 듬뿍 머금은 이 노래는 끊어치듯 부른 음절의 조각들이 힘차게 핏줄을 돌며 듣는 이를 일으켜 세운다. ‘오늘은 나은 내일의 어제일 뿐’이라는 가사는 오늘, 지금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자잘한 일상의 상처들 사이로 연고처럼 녹아든다.

서영은은 알려져 있듯 두바이와 한국을 오가며 ‘두집살림’을 하고 있다. 가수 활동 시기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다가 기간이 끝나면 남편과 아이가 있는 두바이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패턴이다.

‘스타 가수 서영은’에서 ‘일반인 서영은’으로 돌아가지만 두바이에서의 삶은 다음 활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자 예술적 확장을 위한 고민과 투자의 시기이기도 하다.

“두바이에서는 노래를 전혀 안 하시나요?”

“하긴 하지만 무대에 서지는 않으니까요. 그건 다른 얘기거든요.”

두바이에서의 삶은 어찌 보면 서영은에게 ‘단절’의 기간이다. 처음에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내 긍정의 서영은으로 돌아왔다. 중요한 것은 다시 국내로 돌아와 활동할 때를 위해 컨디션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이다. 두바이에서의 긴 산책은 이런 의미다. “어디서든지 무조건 시간이 나면 산책을 하자!”

“아침 7시에 아이 등원 시키고 나면 바로 나와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거든요. ‘오늘은 비운다’, ‘오늘은 채운다’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죠. 음악을 들으며 걷기도 하는데 …”

놀랍게도 가수 서영은이 산책을 하면서 가장 즐겨듣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오디오북이란다. 그것도 추리소설이다. 그는 추리소설, 호러, SF 장르의 마니아다.

내용이 긴장감을 더해갈수록 걸음도 빨라진다. 서영은은 “약간 경보의 느낌”이라고 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예술, 철학, 과학의 거장들이 그러했듯 서영은도 산책을 하면서 예술적 영감을 길어 올린다.


재미있는 것은 서영은이 좋아하는 산책코스가 두바이 몰이라는 점이다. 특히 여름에는 두바이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몰 안에서 산책을 한다.

“여름에는 너무 덥거든요. 그래서인지 드넓은 몰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요. 산책하기에 딱이죠.”

서영은이 ‘재미있는 발견’이라며 들려준 이야기 하나.

두바이에는 비즈니스로 방문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도시 자체가 젊은 느낌이다. “저처럼 통통한 사람들은 걸어요. 그런데 러시아나 북유럽 쪽 미인 여성들은 다 뛰더라고요. 저도 흉내를 내보려고 뛰어보긴 했는데 … 계속은 못 뛰겠고, 경사로가 보이면 뛰죠. 나름 인터벌을 하는 겁니다(웃음).”

서영은은 대부분 자신의 노래 가사를 직접 쓴다. 먼저 곡의 멜로디를 듣고 가사를 쓰는데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면 가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완성된다.

산책은 ‘작사가 서영은’에게 끝없이 영감을 제공하는 화수분이다. 걷고 달리다가 좋은 표현이 떠오르면 키워드처럼 간략하게 적거나 녹음을 해둔다. 이렇게 해놓고 집에 돌아와 나머지를 끼워 넣으면 가사 한 편이 만들어진다. 서영은의 스마트폰 안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가사들이 몬테크리스토섬의 보물처럼 쌓여 있다.

올해는 서영은이 가수로 데뷔한 지 공식 25주년이 되는 해. 10주년, 20주년은 그냥 넘어갔지만 올해는 뭔가 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볼까 고민 중이란다.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하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두바이는 아침 7시. 서영은의 산책이 시작될 시간이다. 오늘은 어떤 우주적 영감이 그를 찾아갈 것인가. 그의 노래만큼이나, 그의 산책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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