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음악감독 “‘Now and Then’, 위하준 첫사랑 자각 염두 곡”

입력 2024-06-12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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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졸업’(연출 안판석, 극본 박경화)이 짙은 감성의 멜로를 보여준다.

‘졸업’에서 캐릭터 매력을 극대화한 정려원과 위하준을 비롯해 베테랑 배우들 열연, 제작진 시너지가 현실적이면서도 감성 짙은 멜로의 진수를 선보인다. 극 중 서혜진(정려원 분), 이준호(위하준 분)가 사랑하는 매 순간의 감정을 배가한 제작진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안판석 감독 표 멜로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이남연 음악감독과 윤석조 촬영감독의 숨은 노력. ‘밀회’,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안판석 감독과 함께한 두 사람은 이번에도 최절정의 시너지를 낸다. 이에 두 사람이 직접 작품을 이야기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먼저 이남연 음악감독은 밝음을 토대로 서혜진과 이준호 설렘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안판석 감독은 두 인물의 철부지스럽기까지 한 면모가 음악에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2회에 등장하는 “현실의 모순을 자각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어수룩함, 이것이 이 작품 속 해학성의 핵심이다”라는 이준호 대사를 언급하며 박경화 작가가 쓴 바로 그 관점으로 이 드라마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했다고. 이남연 음악감독은 “철부지들이 사랑을 통해 마침내 철 들어가는 이야기, 즉 인생에 있어서 작은 졸업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음악도 너무 비장하고 무게 있게 가는 것보다 아직 미성숙한 주인공들의 순수한 면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라고 주안점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밝고 긍정적인 면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밝은 토대 위에서 두 주인공의 설렘이나 사랑이 표현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사랑 노래도 끓어 넘치는 애정을 절절히 호소하는 곡보다는, 수줍지만 진실된 마음이 과장 없이도 잘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곡을 만들고 싶었다. 슬픔도 관조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려 했고, 대립 구도에서도 약간은 위트 있고 너무 무겁지 않은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밀회’에서부터 안판석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석조 촬영감독 역시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감성을 배가하는 음악만큼이나 평범한 일상에 깃든 설렘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상미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조 촬영감독은 “안판석 감독께서 좋은 작품이란 ‘자발적 불신의 정지’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늘 강조했다. 저 또한 그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때문에 극본이 주는 사실감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면서 배우들의 호흡을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고민은 ‘졸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 감독은 “현실감을 극대화해야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주요 공간인 대치동의 여러 장소들과 학원 공간, 세트의 연결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질 때 나타나는 이질감을 없애려 실제와 같은 조명을 사용했다”라고 한 끗 다른 디테일의 비결을 전했다.

안판석 감독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원테이크 장면들은 이번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긴 호흡을 담아내야 하는 원테이크 장면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윤석조 감독은 “오랜 시간 감독님과 함께해서 특별히 신경 쓰인 점은 없지만, 모든 스태프들의 긴장도는 많이 높았을 거라 생각한다. 원테이크라는 것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연극 무대 같기에, 주옥같은 배우들의 연기에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봐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하며 보이지 않은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매 장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해 이남연 감독은 OST 전곡을 미국 밴드 ‘The Restless Age’와 함께 작업했다. 이 감독은 “한동안 어떻게 작업할지 답이 안 보였는데 몇 년 전 우연히 봤던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다. ‘순수한’, ‘정직한’, ‘심플한’, ‘밝은’, ‘젊은’ 등의 키워드가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 이들과 작업하면 그걸 노래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물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다양한 작품에서 인생 플레이리스트를 탄생시킨 이남연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어떤 것일까. 이 감독은 “하나를 꼽으라면 잘 모르겠다. 다만 리 팔코가 부른 ‘Don't forget about me’를 메인 타이틀로 정한 이유는 이 드라마의 큰 주제와 두 주인공의 건강한 사랑 이야기가 동시에 잘 담겨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이준호가 첫사랑을 다시금 자각하는 4회 회상신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4회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회상신에서는 내가 그냥 시청자 마음이 되었다. 주인공들의 추억이 현재와 교차되어 쭉 나열되는데, 둘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막상 신나서 일어났는데,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그대로 엉거주춤하게 좀 서 있었다”라며 숨은 비하인드도 전했다. 애정과 고민의 깊이만큼 회상 장면의 아련함을 배가한 명곡 ‘Now and Then’이 탄생했다.

같은 장면에 대한 윤석조 감독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윤 감독은 “촬영 전 렌즈로 차별점을 주며 진행했는데, 첫 과거 장면 촬영 날에 안판석 감독께서 흑백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모니터를 흑백으로 설정해 톤과 조명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조 감독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오프닝 장면에도 있는 7회의 서혜진과 이준호가 밤의 공원을 걷는 뒷모습 풀샷을 가장 좋아한다. 두 주인공이 길을 걷는 상황이, ‘졸업’이라는 단어가 제게 주는 ‘마침’, ‘성장’이라는 의미와 부합된다고 느꼈다. 나 또한 어두운 졸업의 길을 매 순간 걸어가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에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라며 진솔한 이유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의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남연 음악감독은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모든 인물이 함께 쌓아 올린 작은 이야기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견고하게 합쳐지는 게 느껴진다. 찬찬히 구축해 온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갈수록 세진다”라며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조금은 집중해서 보는 게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다.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기보다, 한발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간격을 좁히고 보다 보면 몇 배는 더 재밌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석조 촬영감독은 “어디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물씬 녹아있는 작품이다”라고 전한 데 이어 “서혜진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생생한 연기를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있기에, 한 명 한 명의 연기와 감정선을 따라가시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빠지실 거다”라면서 배우들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작은 팁이라면 시청하실 때에 주변의 불을 끄고 극장 모드로 보시는 걸 권장드린다”라는 깨알 같은 팁도 잊지 않았다.

‘졸업’ 11회는 15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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