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비전 V’는 밴의 외형을 통해 럭셔리, 디지털 경험, 공간 설계를 통합적으로 재정의한 콘셉트카다. 브랜드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V’는 밴의 외형을 통해 럭셔리, 디지털 경험, 공간 설계를 통합적으로 재정의한 콘셉트카다. 브랜드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는 21일 상하이의 문화 중심지 웨스트 번드 아트 센터에서 미래형 럭셔리 밴 콘셉트카 ‘비전 V(Vision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상하이 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련된 이번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단순한 신차 발표를 넘어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과 공간 혁신에 대한 방향성을 선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전 V는 메르세데스-벤츠가 2026년부터 도입 예정인 차세대 전기 밴 플랫폼 VAN.EA(밴 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콘셉트 모델이다. 이 플랫폼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밴 세그먼트 전반에 걸쳐 전동화, 디지털화, 고급화 전략을 유기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제품군 확장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비전 V는 고급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설계를 통해 차량을 ‘이동 수단’이 아닌 새로운 공간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V는 고급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설계를 통해 차량을 ‘이동 수단’이 아닌 새로운 공간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기능을 넘어 감성을 담았다
비전 V는 외형상 밴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 언어로 구성돼 있다. 고급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설계는 차량을 ‘이동 수단’이 아닌 새로운 공간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해준다.

자동 도어, 조명 일체형 러닝보드, 매끄럽게 구획된 유리 파티션, 그리고 크리스탈 화이트 나파 가죽과 오픈 포어 버우드 패널 등 모든 요소가 고급 가구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좌우 독립 구조와 긴 시트레일, 중앙 디스플레이 캐비닛의 구성 등을 보면 이 공간의 목적이 단순한 탑승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디자인 되었다는 것 알 수 있다.

필요할 때 작동시키면 바닥에서 상승하는 65인치 디스플레이.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필요할 때 작동시키면 바닥에서 상승하는 65인치 디스플레이.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바닥에서 상승하는 65인치 디스플레이와 통합된 조명, 돌비 애트모스 기반 42채널 오디오 시스템 등의 인터페이스는 필요할 때만 드러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배경처럼 사라진다.

이처럼 비전 V는 전통적인 프리미엄 밴과 설계 철학 자체가 다르다. 렉서스 LM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이 최고급 가죽과 대형 모니터, 대형 리클라이너 시트 등 눈에 보이는 고급감을 강조해왔다면, 비전 V는 이용자의 감각 흐름에 맞춰 공간, 조명, 인터페이스가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적 경험을 중심에 둔다.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배경처럼 작동함으로써 사용자는 ‘조작’이 아닌 ‘존재’에 집중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차량은 총 7가지 사용자 모드를 지원하며, 내부 조명, 오디오, 디스플레이, 심지어 유리창의 투명도까지 함께 바뀐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채워진 2열 공간.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채워진 2열 공간.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외관 디자인도 특별하다. 조형적 긴장감과 공기역학을 모두 충족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 유선형 루프와 짧은 오버행, 크롬 그릴과 통합된 조명 요소는 기능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특히 별 모양으로 구성된 헤드램프와 200여 개의 조명 루브르(louvre, 빛을 통제 하면서 시각적인 패턴을 만드는 구조물)는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경험이다. 이 낯선 디자인 언어는 단지 ‘멌지다’는 차원을 넘어, 기술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해냈다.

비전 V는 양산을 전제로 한 개발 차량은 아니지만, 그 존재는 단순한 쇼카를 넘어선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미래의 럭셔리 모빌리티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재구성하려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중국)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