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씨수마 ‘메니피’는 좋은 말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좋은 체형을 가지고 있다. 월등한 유전자를 가진 덕분에 자마 ‘스피디퍼스트’, ‘퀸즈블레이드’, ‘영천에이스’, ‘파워블레이드’, ‘파이널보스’가 5년 연속 코리아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좋은 말의 기본 요소…90%가 지세 불량
다리와 발굽이 안팎으로 틀어지면 안돼
턱밑 사이즈가 넓은 말이 호흡 능력 좋아
5월16일 렛츠런팜 제주에서 국내산마 경매가 진행돼 총 74두가 낙찰됐다. 최고가는 2억400만원이고 평균가는 4331만원이었다. 경주마 몸값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좋은 말을 고르는 노하우를 궁금해 한다.
통상 우수한 경주마의 3대 조건으로 혈통과 체격, 과학적인 조교를 꼽는다. 경마관계자들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혈통이다. 이는 ‘혈통의 스포츠’라 불리는 경마의 특성과도 관련이 깊다. 마주를 비롯한 생산자들의 목표는 상금이 높은 장거리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주마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7세기부터 300년간이나 경주마 혈통개량이 진행 중이다. 도시지(Dosage), 근친교배(Inbreeding), 닉스(Nicks) 등 관련 이론도 다양하다. 이는 전문적인 분야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반면 체형을 통해 말을 선별하는 것은 눈썰미만 있다면 누구든 도전해볼만한 방법이다. 통상 좋은 경주마는 콧구멍과 가슴둘레가 크고 아래턱뼈와 늑간이 넓으며 허리가 깊은 체형을 지녔다. 어깨뼈는 비스듬히 경사진 말이 보폭이 크고 충격에 강하다. 엉덩이가 잘 발달해야 추진력도 강하다. 발목은 적당히 기울어야(전지는 45도, 후지는 50도) 병에 강하다.
다리와 발굽은 안팎으로 틀어지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야한다.
미남과 마찬가지로 명마도 잘생긴 머리를 가지고 있다. 신체균형을 유지하고 걸음걸이와 호흡능력을 조절하는데 머리가 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턱밑이 넓은 말이 호흡 능력이 탁월한 탓에 턱밑 사이즈를 체크하는 것은 경주마의 검수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고상하고 튀어나온 눈, 작은 귀도 좋은 말이 가진 형태다. 얼굴은 삼각형을 이뤄야한다. 목은 길고 부드러워야 좋고 근육으로 둘러 쌓여야한다.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처럼 짧고 무거운 목은 머리의 기능을 제한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어깨는 착지할 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깨가 길고 땅에서부터 각도가 45∼50도 기울어진 어깨는 보행을 넓히고 충격을 흡수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보폭을 줄이고 발에 충격을 더 준다. 가슴은 심장과 폐를 수용할 정도로 넓고 탄성력을 가져야 좋다. 물론 가슴이 너무 넓으면 마이너스다.
등과 허리는 짧고 곧으며 말을 타는 사람의 체중을 지탱할 수 있게 강해야한다. 갈비뼈는 느낄 수는 있지만 보이진 않는 것이 좋다.
‘No Foot No Horse’란 표현처럼 좋은 발은 좋은 말의 기본 요소다. 견고한 발이 없다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야생의 육식동물로부터 몸을 지키기 어렵다. 발의 단단한 바깥층에는 복잡하게 정렬된 뼈와 힘줄, 인대, 신경, 혈관, 감각조직 등이 있다. 이런 복잡한 구성물이 적절히 조화되고 제 기능을 할 때 말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완벽한 다리를 가진 말은 드물다. 명마(名馬) 중에서도 지세(가축이 다리를 딛고 선 모양)가 불량한 말이 90%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구매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지세가 멋진 말을 찾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빼어난 외모 DNA가 자녀에게 영향을 주듯 말의 생김새도 세대에 걸쳐 유전되는 탓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