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아쉬운 가을 정취 일깨울 만추의 낙엽 명소들

입력 2024-11-19 14:04:2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의 낙엽이 떨어져 길을 덮은 메타세쿼이아길                                사진제공|전라남도산림연구원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의 낙엽이 떨어져 길을 덮은 메타세쿼이아길 사진제공|전라남도산림연구원

너무 늦게 찾아와 유난히 짧게 느껴진 올 가을이 어느새 물러나려고 한다. 지난 주부터 그나마 본격적으로 물이 올랐던 단풍들도 이번 주말을 고비로 서서히 질 전망이다. 제대로 즐겨보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려고 채비를 하는 단풍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 만추(晩秋)라고 부르는 늦가을 정취가 애틋하기만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이번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이런 마음을 담은 ‘낙엽 밟으며 걷는 길’이다. 낙엽을 밟는 소리와 그 향기 속에 아직 머물고 있는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메타세쿼이아길. 활엽수보다 늦게 단풍이 든다                       사진제공|전라남도산림연구원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메타세쿼이아길. 활엽수보다 늦게 단풍이 든다 사진제공|전라남도산림연구원

●메타세쿼이아길의 장관, 나주 전라남도산림연구원
(전남 나주시 산포면)산림연구원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이 있다.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이곳에는 무려 10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 좋다. 연구원은 이곳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림치유센터도 운영한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인 1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숲 해설 프로그램도 있다.

인근 빛가람호수공원은 혁신도시와 함께 조성한 인공호수와 산책로가 이어져 가을철 단풍 구경을 쉽게 즐길 수 있다. 반남 고분군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나주 역사의 뿌리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조선 시대 전남의 중심지로 손꼽혔던 나주의 옛 모습을 살펴보고 싶다면 금성관이 좋다.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스카이타워 일대의 가을   사진제공|대전시서구청(김정훈)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스카이타워 일대의 가을 사진제공|대전시서구청(김정훈)

●숲속 16m 높이 스카이웨이,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대전 서구 장안로)이곳도 만추의 정취를 자극하는 주인공은 메타세쿼이아다. 메타세쿼이아는 무리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에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 씨다.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전 장태산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대전시서구청(이봉희)

대전 장태산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대전시서구청(이봉희)

휴양림의 명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다. 그 끝에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녀간 탐방 코스와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등은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 다정한 풍경의 생태연못 등도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루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즐길 수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활엽수 단풍이 질 무렵에 뒤늦게 들어 오히려 요즘이 찾아가기 제격이다.

대전 한밭수목원에서는 활엽 단풍과 낙엽을,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의 추상과 로랑 보두엥의 건축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낙엽 가득한 평창 밀브릿지. 방아다리 약수터가 이곳에 있다       사진제공|평창군청

낙엽 가득한 평창 밀브릿지. 방아다리 약수터가 이곳에 있다 사진제공|평창군청

●만추의 전나무숲 산책, 오대산 선재길과 밀브릿지
(강원 평창군 진부면)만추의 걷기 여행지로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과 밀브릿지의 운치만한 곳도 드물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로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면 상원사까지 약 10km 코스로 거리에 빌해 길이 평탄해 걷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약 9km의 본 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진다.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곳곳에 있어 완주하기 힘들다면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가을에 걷기 좋은 오대산 선재길           사진제공|평창군청

가을에 걷기 좋은 오대산 선재길 사진제공|평창군청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산책로, 숙소, 카페, 갤러리 등과 함께 몸에 좋은 방아다리약수도 즐길 수 있다.
SNS상에서 평창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난 실버벨교회와 대관령 목장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실버벨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로, 삼양라운드힐은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함양 상림의 약수터          사진제공|함양군청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함양 상림의 약수터 사진제공|함양군청

●천년의 역사를 지내온 숲, 함양 상림
(경남 함양군 함양읍)함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에 자리한 고장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 상림이 있다.
함양 읍내에 위치한 숲은 통일신라 시대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당시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았고 그 둑을 따라 촘촘하게 나무를 심으면서 생겨났다. 지금은 활엽수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울창하다.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km의 산책길 사이사이 심겨 있다.
이맘 때는 활엽수가 떨구는 낙엽이 알록달록한 양탄자를 만든다. 또 각각 다른 수종인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합쳐진 연리목이 독특하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함화루가 있고 함양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함양의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통일신라 시대  최치원이 홍수를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자라 2만여 그루의 숲을 이룬 함양 상림                               사진제공|함양군청

통일신라 시대 최치원이 홍수를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자라 2만여 그루의 숲을 이룬 함양 상림 사진제공|함양군청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성리학자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100년이 넘은 고택 60여 채가 모여 있어 옛 정취 속 사붓이 걷기 좋다. 근처 함양남계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으로 정여창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함양대봉산휴양밸리도 함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포천 국립수목원 육림호 주변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국립수목원

포천 국립수목원 육림호 주변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국립수목원

●포천 국립수목원
(경기 포천시 소흘읍)동쪽 운악산, 서쪽 용암산을 두고 그 사이에 국립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면적만 11.24㎢여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넓다. 가을 풍경을 즐긴다면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국립수목원 남쪽 산책로가 제격이다.

수목원교를 지나면 덱 구간이 나오는데 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국립수목원 남쪽 공간으로 접어든다. 숲생태관찰로는 천연림에 460m 길이의 덱을 조성한 관찰 코스다. 육림호 주변 숲길을 걸으면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전나무숲길에서는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삼림욕을 경험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휴게광장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할 수도 있다.
포천 국립수목원 숲으로 늦가을 햇살이 떨어진다              사진제공|국립수목원

포천 국립수목원 숲으로 늦가을 햇살이 떨어진다 사진제공|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광릉이 있다. 조선 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곳이다. 차로 10여 분 이동하면 고모저수지가 나온다. 둘레길 주변에 고모저수지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 마시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여럿이다.


김재범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