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건망증 클리닉’ 개설… “건망증 단계서 적극 검사 유도”
아밀로이드 PET 촬영·판독 기법 구축,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활용
한국 노인인구 10%가 치매환자, 남자보다 여자 2.5배↑
아밀로이드 PET 촬영·판독 기법 구축,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활용
한국 노인인구 10%가 치매환자, 남자보다 여자 2.5배↑
(사진제공=온종합병원)
A할머니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혹시 나도 치매인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자신은 누구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여긴다. 오랫동안 몸 져 누운 남편의 병구완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이 때문인지 잠도 잘 오지 않고 자주 우울해지면서 눈물이 나는 걸 제외하고는 별다른 증상은 없다.
병원에 한 번 가보라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부선 온종합병원 뇌신경센터에서 치매검사를 받았더니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21점으로 치매진단의 경계선이었다. 인지정도를 측정하는 GDS(전반적인 퇴화척도) 3단계로 중등도 인지장애, CDR(임상치매평가) 0.5로 경도인지장애로 나타났다. 건망증 정도나 알아보려고 병원을 찾았던 A할머니는 다행히도 조기 치매진단을 받고 인지개선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건망증(健忘症)은 일시적으로 기억을 못하는 현상으로, 한자 그대로 건강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증상을 뜻한다. 건망증은 뇌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치매는 기억력 저하 뿐 아니라 언어능력, 지남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이다. 다만 건망증이 지속되고 심화된다면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수는 92.3만 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12년 사이 256%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치매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71%로, 남성보다 2.5배나 높았다. 치매 환자의 의료비용은 2019년 15조여원으로 추산되며 2050년에는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12월초 신경과, 신경외과, 노년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관련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건망증클리닉’을 개설, 치매 조기진단에 병원의 진료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온종합병원 ‘건망증클리닉’ 배효진 과장(신경과전문의)은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오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치매 등 인지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평소 자주 깜빡하거나 건망증이 심하다는 말을 드는 사람은 국가건강검진 등을 잘 활용해 관련 검사나 진료를 받아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온종합병원 ‘건망증클리닉’이 건망증 자가진단지표로,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자주 잊어버린다 ▲어떤 일을 해놓고도 잊어버려 다시 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한참 찾는다 ▲약속을 해놓고도 잊어버린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실수를 자주 한다 ▲예전에 비해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예전에 비해 방이나 집안의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등을 제시하고, 이들 항목 중 6개 이상 해당된다면 건망증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8개 이상 해당된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는 거다.
‘건망증클리닉’ 하상욱 과장(신경과전문의)은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을 때는 해당 전문의와 상담하여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통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 과장은 덧붙였다.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들이 이뤄진다. 먼저, 의사는 환자의 진료 이력, 현재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물 등을 확인한 다음, 신체검사를 통해 다른 가능한 원인들을 배제하고는 신경 심리학적 평가를 하게 된다. 이는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지각 능력, 실행 기능, 문제 해결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치매의 유형과 심각도를 파악할 수 있다.
혈액이나 영상검사로도 치매가 진단 가능하다. 혈액 검사에서 치매증상과 비슷한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 장애, 감염, 염증, 전해질 불균형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스캔 등의 영상 진단을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나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치매 선별 검사로는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검사)와 CERAD(신경심리검사)가 있다. 이 검사는 치매의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온존합병원 ‘건망증클리닉’ 은명 과장(노년내과)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은 건망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고 조언했다. 독서, 글쓰기, 퍼즐 풀기 등의 두뇌 활동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건망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건망증 클리닉’ 배효진 과장은 “건망증이 지속되거나 심화되는 경우에는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와 같은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건망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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