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청 도로과 OOO 주무관입니다”···공무원 사칭 기승

미팅 약속 잡고 안심시키는 치밀한 수법에 아찔’
신뢰 쌓고 “급하니 대신 사달라”

순천시청 공무원을 사칭한 가짜 공무원 문자 내용. 독자제공

“순천시청 도로과입니다. 제품 문의 좀 드리려고요. 내일 오후 6시에 사무실로 오시겠습니까?”

최근 공무원을 사칭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남 순천시청 공무원을 사칭한 가짜 공무원은 지난 19일 A업체로 전화해 업체 측 제품을 문의하다며 미팅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본인이 소개하는 업체에 “심장충격기(AED)HR-501모델을 대신 구매해달라”며 물품 구매 계약을 유도한 뒤 금품을 편취하려고 접근한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외근 중이라며 구체적인 미팅 시간과 장소까지 제시하는 태도에 의심을 품기는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짜 공무원은 다음 날인 20일 오후, A업체로 연락해 “오늘 미팅 변동 없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슬그머니 본론을 꺼냈다.

사기 수법은 △공무원 명의 사칭 후 물품 계약 제안 △위조 공문을 활용한 물품 구매 요청 △공공기관 임직원·기업 대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 직접 소개한 업체 물건을 사서 납품하면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다행히도, A업체 관계자는 순천시청 도로과에 전화를 걸어 해당 공무원을 찾으면서 공무원을 사칭한 가짜 공무원임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했다.

확인 전화 한 통이 수천만 원대의 사기 피해를 막은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이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대신 구매를 요청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며, A업체처럼 반드시 해당 부서에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박기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hn@donga.com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