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감기 주사 맞은 초등생 ‘의식불명’… 응급실 12곳서 퇴짜

부산 사하구서 대학병원 등 12곳 이송 거부당해
서면까지 1시간 헤매다 심정지… 골든타임 놓쳐
소아응급 인력난이 부른 인재… 대책 마련 시급

(사진출처=이미지 제작)

부산의 한 초등학생이 감기 치료 중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었으나 인근 대학병원 등 12곳에서 수용을 거절당해 거리를 헤매다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5일 부산 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오전 10시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소아과에서 감기 증상으로 수액 치료를 받던 A군(10)이 주사제 투여 직후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당시 의료진은 119구급대를 통해 인근 대학병원 4곳을 포함해 총 13곳에 이송을 문의했으나 “소아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12곳에서 거절당했다. 유일하게 수용 의사를 밝힌 곳은 사고 장소에서 꽤 떨어진 서면의 한 종합병원 응급센터뿐이었다.

결국 A군은 119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급격한 의식 저하를 보였고 병원 도착 직전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당시 반경 10분 거리에 대학병원이 3곳이나 있었음에도 ‘수용 불가’ 통보 탓에 골든타임을 허비한 셈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근처 대학병원까지 불과 10분 거리인데 수용 불가로 이동이 지연됐다”며 “그 짧은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오전 10시 53분께 병원에 도착한 의료진은 즉시 에피네프린 투여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11시 4분께 맥박을 회복시켰으나 A군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A군은 인근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1차 응급조치를 했던 병원 측은 A군의 증상에 대해 ‘페니라민 주사에 의한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로 추정했다. 해당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세계적으로도 보고가 드문 예외적인 약물 부작용 사례”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소아응급 의료체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희귀한 약물 부작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위급한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응급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건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소아응급전담센터 확대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