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로 이룬 작은 통일”… 그린닥터스, 개성병원 20주년 맞아 ‘재개원’ 의지

20일 온병원서 ‘봉사자의 날’… 이한평 위원 등 유공자 표창
2005~2012년 8년간 남북 근로자 35만 명 진료 ‘기적의 역사’
정근 이사장 “남북 의료협력은 소중한 자산, 문 열릴 날 기대”

성병원 운영에 헌신한 유공자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닥터스재단)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도 ‘인술(仁術)’로 평화를 일궜던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의 역사가 20주년을 맞아 재조명됐다.

국제의료봉사단체 (재)그린닥터스(이사장 정근)가 지난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 15층 ON홀에서 ‘2025년 봉사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개성병원 개원 20주년을 자축하며 향후 재개원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재단 관계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재단은 개성병원 운영에 헌신한 유공자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특히 2005년부터 8년간의 병원 운영 기록을 집대성해 ‘그린닥터스 개성 남북협력병원 백서-인술로 이룬 작은 통일’을 발간한 이한평 재추진위원(전 부산교통방송 대표)이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남북 의료협력의 상징적인 모델이다. 2004년 통일부로부터 대북사업자로 지정받아 2005년 1월 개원한 이후, 2012년 12월 철수할 때까지 8년간 개성공단 내에서 남북 근로자 35만여 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이 기간 지원된 의약품 규모만 60억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남북 의료진이 한 공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환자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작은 통일’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06년 기계 사고로 손을 다친 북측 근로자를 남북 의료진이 공동으로 응급 처치해 후유증 없이 회복시킨 일화는 동포애를 확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그린닥터스가 지난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 15층 ON홀에서 ‘2025년 봉사자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그린닥터스)

전문가들은 현재 남북 소통 창구가 끊긴 상황에서 의료협력이 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 제재와 충돌 소지가 적고 상호 신뢰를 쌓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앞서 그린닥터스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를 여는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이어오고 있다.

정근 이사장은 “개성병원에서 흘렸던 땀과 생명을 살린 노력은 남북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정치적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만큼, 의료협력의 문이 다시 열릴 날을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1년간 봉사 실적이 뛰어난 유스·주니어·대학부 회원 100여 명이 환경부 장관과 부산시장 등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