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KBS 2TV 휴먼 예능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원조 아나테이너 왕종근이 의뢰인으로 출연했다.
‘TV쇼 진품명품’, ‘체험 삶의 현장’ 등 KBS의 대표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45년 경력의 명품 아나운서 왕종근은 등장과 동시에 “전현무 있기 전에 저하고 김병찬 아나운서가 별나게 방송했다”며 진행 본능을 드러냈다. 이어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나갔었던 현주엽이 이번에는 진행자가 되어 그를 출연자로 소개하는 것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전하자 “MC 아무나 안 시켜 줘요”라더니 “허재 봐 MC 안 시켜 주잖아요”라는 등 변함없는 재치와 순발력 넘치는 입담을 뽐내며 시작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 인사가 끝나자 왕종근은 대구에서 대학 졸업 후 부산으로 이사 와 만난 인생 친구를 찾고 싶다고 했다.
MC들과 함께 추적카를 타고 추억 여행을 떠난 왕종근은 과거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집과 친구와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인 밀면집을 다니며 자신의 삶과 친구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며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왕종근은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있다고 해 MC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과거 왕종근을 낳자마자 어머니가 몸져누워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면서 왕종근까지 아프게 되었고 아픈 둘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아버지는 큰집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에 왕종근은 큰집으로 보내졌고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면서 다시 데려오려 했지만 그 사이 정이 듬뿍 든 큰아버지의 반대로 큰집에서 자라게 되었다고 했다. 여덟 살 때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종근은 매일 떼를 쓰며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가족회의 후 다시 친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음을 밝혔다.
왕종근은 자신이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사투리 때문에 “넌 안 된다”며 말려 서운했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보고 싶은 친구와의 추억도 회상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왕종근은 대구에서 부산으로 이사 와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중 신문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한 미술품 판매 회사에서 직장 동료로 그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그는 부산이 낯설어 적응하기 어려웠던 자신에게 명소와 맛집을 안내해 주는 등 살갑게 대해 주었고, 둘도 없는 인생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특히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져 좌절하고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그 친구의 위로 덕분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도 그와의 만남은 계속 이어졌지만 서울로 발령받고 인연이 끊겼다며 아쉬워하던 왕종근은 "한마디로 그 형은 나에게는 수호천사야”라면서 27년 만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이후 일행은 최종 장소로 이동하며 추적 과정을 영상으로 지켜봤다. 왕종근은 "일단 한번 안고 싶다", "심장을 느껴 보고 싶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추적 반장 서태훈이 그 친구의 동생을 만나 친구와 관련된 주소를 받는 것을 보자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최종 장소에 도착해 채 차에서 내리기도 전 바깥을 확인한 왕종근은 “상훈이 형 어딨는거야?”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곳은 김해의 한 추모공원으로 왕종근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MC들은 그를 친구의 묘로 안내했다.
왕종근은 흐느껴 울며 늦게 찾은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의 아내에게도 “죄송합니다”라며 한참을 울었다. 친구의 아내는 남편이 늘 왕종근에 대해 칭찬했고 멀리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애틋한 진심을 전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왕종근은 “우리가 젊었을 때 한 이야기처럼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라는 말과 함께 “건강하게 형 몫까지 오래 살게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스타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소중한 추억 속의 주인공을 단서를 통해 찾아가는 추리와 추적 과정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생애 가장 특별한 재회의 감동이 배가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는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 KBS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 화면 캡처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